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한집살이를 예고했다. 극장가 대감집 CGV에 맞서 힘을 합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영화계의 불안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롯데그룹 롯데컬처웍스와 중앙그룹 메가박스가 최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합작 법인은 양사가 공동 경영할 계획이다. 신규 투자 유치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로 첫 발을 내딛는다.
현재 한국 영화계는 작품 제작 감소부터 흥행작 부재, 관객수 저하 등이 악순환의 굴레다. 코로나19를 거쳤음에도 회복세가 더딘 탓에 손실이 점점 커진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합병을 통해 기존 극장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양사가 보유한 운영 노하우와 마케팅 역량 등으로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라보는 영화계 시각도 다양하다. 독주하고 있는 CGV의 구도에서 새로운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파생되는 영향력을 기대하는 시선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투자 감소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측면도 존재한다. 영화관 침체의 시발점인 티켓값 인식을 해결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 더불어 관객들의 니즈 파악이 선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CGV 독주에서 양강구도 변화…다양성 영화의 기회
현재 전국 CGV 스크린수는 총 2430개다. 롯데시네마는 1592개, 메가박스는 1581개다. CGV가 인기 영화에 상영관을 다수 제공할 경우, 다른 두 멀티플렉스도 이에 맞서기 위해 앞다퉈 스크린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 관객들에겐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이는 곧 다양성 영화의 소멸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힘을 합칠 경우, CGV의 스크린 독주에 제동을 걸 기회가 생긴다. 서로 협의 하에 스크린 상생의 숫자를 맞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스크린의 여유는 곧 다양성 영화의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화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 A씨는 “당장 체감되는 바는 없지만 극장 산업의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며 “배급사 보유로 이미 수직 계열화를 이룬 극장 체인이 앞으로 어떻게 시장에 공정성을 보여주며 관객의 신뢰를 얻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인 영화감독 B씨 역시 상황을 주시 중이다. B씨는 “독과점이 더 심해질지, 힘있고 규모있고 경쟁력있는 두 회사가 합쳐져서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조금 더 좋은 극장 환경에서 제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악순환 굴레 향한 우려…필요한 건 ‘쇄신’
굴지의 두 기업이 자생을 포기하고 합병한다는 소식은 영화계의 투자 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지난한 협상의 시간이 오랫동안 필요하며, 업계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시작하는 협상이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더 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란 우려다.
영화마케팅사 C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을 타계하는 방안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극장 수 감소, 투자수 감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더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방향으로 잘 모색한다면 시장 활성화 또다른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영화감독 D 씨는 극장 산업의 근본적인 쇄신을 희망했다. D씨는 “영화관이 집에서 혼자 OTT로 영화를 보는 것과 ‘어떻게’ 다른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즐기는 것이 영화적 경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의 흔적…티켓값 향한 갈등
티켓값에 대한 지적도 있다. 팬데믹을 겪으며 직격타를 맞은 극장 산업은 티켓값 상승의 대책을 내놨다. 여파는 팬데믹 종료 이후인 현 시점까지 이어졌다. ‘티켓값=고가’라는 인식이 박혔다. 눈 앞에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D씨는 “지금의 물가를 고려했을 때 그닥 고가는 아니다. 하지만 이미 티켓값은 ‘밈’이 됐다”며 “극장이 영화 산업과 함께 할 생각이 있었다면 관객, 창작자, 각 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가격을 조정했어야 한다. 관객들만 비싸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자들도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지적했다.
티켓값 상승은 결국 관객의 외면을 낳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티켓값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 연이은 할인 이벤트만 있을 뿐이다. 3사 모두 근본적인 해결엔 미온적이다. D씨는 “관객들이 영화관을 미워하고, 안 가다보니 안 보게 된다. 영화를 안 보다 보면 새로운 영화들이 나오질 않는다”고 탄식했다.
◇관객의 니즈 파악이 먼저…꼭 영화일 필요 없다
합병의 근본엔 새로운 시도가 있지만, 결국 관객들의 니즈 파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극장을 찾던 이들은 뮤지컬, 연극, 야구 관람으로 발길을 돌렸다. 극장 산업은 쇠퇴했지만, 공연·예술 분야는 전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지난해 프로야구 관람은 최초 천만 관중을 달성했다.
D씨는 “그동안 관객들의 니즈를 파악하려는 행동이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티켓값은 상승했지만 서비스의 질은 떨어졌다. 대부분의 영화관들이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도입했다. 상영관도, 좌석도 직접 찾아야 한다. 관객들의 불편함만 늘었다.
이와 함께 D씨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서 그 돈을 서비스에 투자한다면 좋겠지만 각자의 이익만을 내려한다”고 비판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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