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16일 오전 전남 진도 맹골수도, 세월호 참사 해역. 11년 전 이 날, 바다에 묻힌 아이들의 이름이 다시 한 번 불렸다.

노란 리본을 단 벚꽃 조형물 앞, 유가족들은 “보고 싶다”라며 하나둘 손글씨를 남겼다.

목포해경 함정이 뱃고동을 울리며 시작된 선상추모식엔 유가족 27명이 자리했다.

한 어머니는 “사진을 보면 알겠는데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며 11년의 세월이 가져온 슬픔보다 더 아픈 ‘잊혀짐의 고통’을 토로했다.

또다른 유가족은 “사고 한 달도 안 되어 향매가 꿈에서 돌아왔다. 살아서 돌아온 줄 알았는데, 꿈이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요즘은 꿈에도 자주 안 나온다. 그래서 더 그립다”고도 했다.

이날 기억식에는 이태원 참사 유족,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도 함께해, 참사의 고통을 나눴다.

◇ “새 대통령은 반드시 기억식에 오라”…정치권도 동참

이날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또 다른 기억식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전 대표, 김경수 전 지사, 김동연 경기지사는 검은 정장에 노란 배지를 달고 한 줄에 나란히 앉았다.

이재명 후보는 “안전보다 비용을,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한 사회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을 재난 컨트롤타워로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연 지사는 “새로운 대통령은 12주기엔 그 자리에 함께해 달라”고 했다.

기억식 마지막엔 유족과 참가자들이 “우리는 아직도 침몰 원인의 진실을 모른다. 국가기관의 수사와 조사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침묵했고, 책임은 미뤄졌다”고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며 다시 한번 의지를 다졌다.

◇ 유가족들의 11번째 봄, 멈춰버린 시간

유가족들은 여전히 4월이 오면, 달력을 찢고 싶다 말한다. “아이 얼굴이 흐릿해져 간다”는 절규 속에도 그들은 여전히 그 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

이번 11주기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다시 묻는 시간이다.

바다와 광장에서 이어진 기억은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약속이자,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경고로 남는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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