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부산=장강훈 기자] 18년 만에 부산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은 첫날부터 구름 갤러리로 분주했다. 가뜩이나 골프열기가 뜨거운 부산에 국내 최고 스타플레이어가 총출동했으니, 그럴 만했다.
선수들을 따라 이동하는 갤러리를 살펴보니 특이한 장면이 눈에 띈다. 일주일 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장악(?)한 이른바 ‘지브리 스타일’을 티셔츠에 새긴 팬들이 곳곳에 등장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등장한 ‘지브리 스타일’은 사진을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체로 재구성한 것을 뜻한다. 현재 대유행이다.

3일 부산 동래베네스트 골프클럽(파72·6579야드)에서 개막한 KLPGA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은 2023년 창설 당시부터 ‘마케팅 맛집’으로 이름을 떨쳤다. 지난해는 KLPGA투어 주요 선수들의 화보집을 제작해 일종의 ‘사인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는 선수들의 사진을 활용한 ‘팬 티셔츠’ 제작으로 트렌드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팬 티셔츠’는 지브리 스타일과 차이는 있지만, 두산건설 위브 골프단(유현주 유효주 박결 임희정 김민솔 이율린 박혜준)을 중심으로 제작했는데,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친근한 그림을 흰색 셔츠에 프린트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동래베네스트GC 클럽하우스 주변에 자리잡은 갤러리플라자에서는 즉석에서 ‘팬 티셔츠’를 직접 제작하는 부스도 있다. 좋아하는 선수는 물론, 반려동물이나 가족사진 등을 전달하면 그림으로 변환해 셔츠에 새겨준다. 두산건설측은 아예 ‘웨어앤쉐어(Wear&Share)’ 이벤트를 기획해 팬 티셔츠를 구매하거나 제작한 대금 전액을 기부금으로 적립해 나눔활동에 쓰기로 했다.
팬심도 빛내면서 기부도 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새로운 마케팅인 셈이다. 티셔츠를 구매한 이승훈(28) 씨는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인증하면서 “응원하는 선수의 티셔츠를 입고 응원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셔츠 수익금 전액이 기부된다고 하니 더 의미있다”고 반겼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정판 화보집’도 출시해 일명 ‘시즌제 사인 수집’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부산에 거주 중인 김민수(42) 씨는 사인북으로도 불리는 화보집을 자랑스레 펼쳐 보이며 “지난해 선수 15명에게 사인을 받았다. 올해는 꼭 20명 이상 받아 내년 프로암대회에 초청받을 것”이라며 웃었다.
두산건설은 화보집에 등장한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은 팬들 중 ‘최다 사인 수집’에 성공한 사람을 프로암대회에 초청한다. 개막 전날 열린 프로암대회에는 지난해 ‘사인수집왕’이 선수들과 함께 라운드하며 잊지 못할 추억 한페이지를 가져갔다.

갤러리를 위한 새로운 시도는 또 있다. 티잉 그라운드를 둘러싸던 광고판을 싹 없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처럼 선수와 갤러리 모두 오직 골프에 집중할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날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대회 18홀 스트로크 최소타이자 코스 신기록을 작성한 김민솔은 “광고판 없이 티샷하니 마치 해외대회를 치르는 것 같은 기분이더라. 팬들과 더 가깝게 호흡한다는 느낌도 있어 좋았다. 남은 라운드도 힘내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개방감도 있지만, 광고판을 없애 대회 종료 후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경기력과 팬덤, 환경을 모두 생각하는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이 KLPGA투어의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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