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손발이 정말 떨렸어요. 연기가 아니라 무서웠어요. 김혜수 선배가 리허설 시작했을 때 ‘강기호 어딨어!’ 하면서 들어오는데, 그 눈을 보는 순간 바들바들 떨렸어요. 또 한편으로는 화를 내는데 진짜 주체가 안 될 정도로 울었고요.”

디즈니+ ‘트리거’에서 탐사보도 PD 강기호(주종혁 분)는 비정규직이다.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한다. 정규직이 될 기회는 뜻밖의 순간에 찾아온다. 한주그룹 비리를 캐던 중 검사 인터뷰를 삭제하는 조건과 맞바꾸자는 제안을 방송사 윗선으로부터 받게 된다. 만년 조연출에서 첫 연출로 입봉하던 프로그램을 축하하려던 오소룡은 방송을 보고 분기탱천해 기호에게 화를 퍼붓는다.

주종혁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서럽고 죄송한 느낌이 컸다. 오소룡 팀장이 나를 보는 실망스러운 눈과 원망이 섞여 있었다”며 “내가 믿고 따르는 사람인데, 진짜 느낌이 왔다. 보통 세 테이크정도 가면 그 감정이 사라진다. 보통 그걸 연기로 채우는데, 그 순간만큼은 6~7회 찍어도 매번 처음 드는 느낌처럼 남아 있었다”고 회상했다.

주종혁은 ‘트리거’를 통해 한층 성숙했다. 공전의 히트를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에서는 ‘권모술수 권민우’로 불리며 마냥 얄미운 캐릭터였으나, ‘트리거’에선 직장인의 애환과 사랑을 한층 깊이 있게 담아냈다.

“팀 안에서 강기호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어요. 눈칫밥 먹는 캐릭터죠. PD 형들에게는 ‘형형 ’하면서 잘 지내야 하고, 작가들에게도 눈치 보죠. ‘나는 여기서 주눅이 들면 안 돼’ 하는 텐션을 가지려고 했어요.”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스스로 묻는 것을 넘어 함께 작품을 하는 선배들에게 캐릭터에 대해 자기 생각을 펼치고, 피드백을 받는 작업을 반복했다.

주종혁은 “배역에 좀 더 다채롭고 깊이 있게 접근하고 싶다.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아이디어를 많이 물어본다”며 “가령 이번 작품에서도 (정)성일이형에게 물어보고 잘 풀어갈 수 있게 했다. 제 시야에서만 보지 않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주종혁은 전성시대는 데뷔 10년 만인 올해 만개하고 있다. ‘트리거’로 시작해 방영을 앞둔 tvN ‘컨피던스 맨 KR’ 디즈니+ ‘북극성’의 주연을 꿰찼다. 영화 ‘몽마’(2015)를 시작으로 10년 만에 이룬 성과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세 작품이나 주연을 맡아 감사할 따름이죠. 연기하면서 힘들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거든요. 제 자체가 긍정적인 편인 거 같기도 하고요.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구나 싶으면서도, 남들보다 빠른 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제 연기가 특출난 게 아닌데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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