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연 오디션 낙방 후 재연 기회…모든 순간 더 소중해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이 있다. 뮤지컬 배우 윤형렬은 두 번 찍어 원하는 배역을 따냈다.

윤형렬은 7일 서울 강남구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원스’ 프레스콜을 통해 주역 ‘가이’ 역을 따낸 배경을 속 시원하게 털어놨다.

그의 한 마디가 폭소를 자아냈지만, 남모를 아픈 사연이 있었다. 10년 전 초연 오디션에서 낙방했던 것. 윤형렬은 “겉멋이 잔뜩 들었던 시절이었다. 많이 부족했고 열심히 못 했던 것 같다. 호되게 혼났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기에 이번 오디션 참가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땔 기억조차 하기 싫었다는 윤형렬은 뮤지컬 ‘렌트’ 공연 중 ‘원스’ 오디션 공고를 접했다. 그는 “나 떨어졌던 작품인데, 또 떨어지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처음엔 감히 오디션을 볼 엄두도 안 났다”고 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고 했던가. 공연 전 몸을 풀다가 ‘로저’의 기타가 그의 눈에 띄었다. 재미로 기타를 연주했는데, 그 모습을 당시 음악감독이 포착했다. 그리고 “(윤)형렬이 기타칠 수 있었어? ‘원스’ 오디션 왜 안 봤어?”라며 오디션을 제안했다. 마침 ‘가이’ 역을 맡을 배우를 찾고 있단 사실도 알았다.

윤형렬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 딸이 태어나 산후조리원으로 출퇴근하고 있었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10년 전 건방졌던 마음을 반성하며 2배, 3배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그토록 원했던 배역을 차지한 스토리를 풀었다.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는 윤형렬이다. 그는 “연습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통 뮤지컬엔 오케스트라나 밴드가 있다. 공연 중 살짝 안 맞거나 틀어져도 김문정 음악감독님 등이 끌어주면 배우들이 쫓아갈 수 있다. 하지만 ‘원스’는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다룬다. 무대엔 우리밖에 없다”며 “우리가 하나 되지 않으면 이 공연은 큰일 날 수 있다. 하나 된 에너지로 좋은 공연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한편 10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오는 ‘원스’는 오는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신한카드아티움에서 개막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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