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평균 6~8개 작품 소화…대학로 캐릭터는 여전히 호기심 대상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모든 분야의 마니아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뮤지컬 덕후들은 배우들에게도 까다롭다. 같은 시기에 ‘겹치기’ 출연하다 혹여나 실수하는 날엔 아무리 ‘베테랑’이더라도 욕받이를 피할 길이 없다. 그런데 ‘까임 방지권’을 획득한 배우가 있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꽃동화’라고 불리는 정동화다.
올해로 데뷔 22년 차를 맞은 정동화의 주 무대는 예술·문화의 중심 대학로다. ‘대학로의 터줏대감’, ‘대학로의 왕자’ 등으로 불리며 말 그대로 대학로의 골목대장으로서 이 동네를 장악하고 있다. 2014년부터 매년 평균 6~8개 뮤지컬·연극, 자신의 이름을 건 콘서트와 사업까지 펼친다. 올해도 벌써 3개 작품을 시작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배우마다 강점이 있다. 정동화가 가진 무기는 어떠한 캐릭터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화력이다. 그만의 시그니처 색깔을 입힌 듯하다. 다채로운 대학로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감정선을 자극한다.
실수라고 해 봤자, 힘이 너무 세서 가끔 소품들을 부술 뿐이지 연기로 실망시킨 적은 없다고 관객들은 말한다. 평소 철저한 자기관리로 캐스팅 일정을 펑크낸 적도 거의 없어 ‘에너자이저’라고도 불린다.
대극장에서도 그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대학로 입장에선 놓치고 싶지 않은 배우다. 그를 보기 위해 극장은 비수기 걱정을 덜 수 있고, 후배 배우들은 그를 보며 한 단계씩 성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연차의 배우 대부분이 대극장으로 진출한 상황. 여전히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정동화는 “일부러 대극장 작품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대학로의 작품들이 나와 잘 맞다. 타이밍도 맞아떨어져 계속 무대에 오를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대학로의 작품은 다채롭다. 작품 제안이 올 때마다 욕심이 있다. 이 배역도, 저 배역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 그래서 자연스레 대학로에서 활동하게 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 매일 다른 옷 입는 배우 중의 배우…성공 비결은 ‘내 머릿속에 궁금증’
정동화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지난해 12 시작했던 뮤지컬 ‘더 픽션’을 최근 마무리했다. 현재 뮤지컬 ‘퍼스트 맨 카뮈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와 연극 ‘스타크로스드’에 출연 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그의 일주일은 공연 일정들로 가득 찬다.
오늘은 ‘자크’가 됐다, 내일은 ‘티볼트’로 살고 있다. 다른 장르의 작품을 각각 100여 분 소화하면서도 흐트러짐이 없어 매 공연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정동화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헷갈리진 않는다. 오히려 한 작품에서 풀리지 않았던 지점을 다른 작품에서 해결책을 얻을 때가 많다. 서로 보완적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했다.
뮤지컬 업계에서의 겹치기, 다작 등으로 인한 관객들의 염려에 대해서는 “배우의 컨디션과 공연 퀄리티를 걱정하는 것”이라며 “난 다작했을 때 서로의 작품에서 시너지를 얻어 작품에 더 깊게 들어가는 것 같다. 더 좋은 표현이 없을까 항상 의문을 가진다. 한 작품을 할 때보다 번갈아 가면서 할 때 캐릭터 속 시크릿한 부분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매회 관객들에게 최대의 만족을 안기고 있는 정동화는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본인이 하고 싶지 않으면 절대 못 하는 직업”이라며 “부모님께서 주신 달란트가 있다. 기술이 좋단 건 아니다. 내 심장이 예술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과 열정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gioia@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