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백종범이 어떻게 할래?”

“구단 지도부의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저는 봐요.”

인천 유나이티드와 FC서울전에서 발생한 인천 서포터즈의 ‘물병 투척 사건’과 관련해 지난 16일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서 나온 ‘수장’ 조남돈 상벌위원장의 발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상벌위는 인천 구단에 제재금 2000만원과 홈 다섯 경기 응원석 폐쇄 징계를, 앞서 인천 팬을 자극하는 세리머니를 펼친 서울 골키퍼 백종범에게는 제재금 700만원 징계를 결정했다. 서울 구단은 백종범의 징계에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본질과 징계에 관한 옳고 그름을 떠나 조 위원장의 태도는 K리그 구성원 전체에 반감을 사고 있다. 이날 프로연맹은 전례 없는 사태인 만큼 상벌위가 열리기 전 초반 미디어를 대상으로 현장 스케치를 허용했다. 그런데 조 위원장은 다수 취재진과 카메라 앞에서 징계 대상자인 백종범이 출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거 백종범이 어떻게 할래?”라고 반말하며 “구단 지도부의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정신을 못 차린다. 구단에서 나서서 지금 이런 짓을 하니까”라고 말했다.

징계대상자의 상벌위 출석은 의무가 아니다. 조 위원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상벌위 수장이 위원 앞에서 주의를 환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건 명백히 문제 삼을 만하다. K리그 구단 한 고위 관계자는 “상벌을 따지는 민감한 자리에서 리더인 위원장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사무국장은 “연맹이라는 개념이 무엇이냐. 공정한 룰 속에서 회원사를 지원하고 잘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 그런데 구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상벌위를 앞두고 수장이 그런 말을 하면 위원은 무슨 판단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백종범은 이날 예상보다 강한 제재금을 받았다. 조 위원장은 이외에 “연맹 디그니티(존엄성)를 무시하는 것이다. 서울 구단이 뭐가 뭔지를…”이라며 특정 구단을 저격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다수 취재진 앞에서 이런 말을 한 만큼 평소 상벌위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갔다. 이날 상벌위원으로 참석한 이근호 프로축구선수협회장은 조 위원장의 발언 이후 “중요한 건 모든 팬이 집단으로 물병을 던지고 그렇게까지 행동한 것”이라며 본질과 관련한 얘기를 꺼냈다. 그럼에도 조 위원장은 서울 구단을 향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서울 구단 뿐 아니라 프로연맹 내에서도 조 위원장의 발언 논란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자칫 공정성 훼손은 물론 상벌위의 근간을 흔들 장면이었다. 다수 리그 관계자는 상벌위원장의 자격이 없다며 퇴진 목소리를 내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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