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문)동주나 나나 보여준게 없다.”

지난 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 김도영(20·KIA)이 한 말이다. 나란히 2022년도 프로에 입단했다. 김도영은 KIA에 1차 지명으로, 문동주(20)는 한화의 1차 지명으로 유니폼을 입었다. 광주 지역 고등학교를 나온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를 사람들은 ‘문-김 대전’이라 말했다.

당시 두 사람은 프로 첫 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동주는 데뷔 첫 해 1승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했고, 김도영은 타율 0.237(224타수 53안타)만 올렸다. 그래서 김도영은 2023시즌을 앞두고 지난해를 돌아보며 “동주나 나나 보여준게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2023년 한화 투수 문동주가 많은 것을 보여줬다. 지난해 4월12일 광주 KIA전에서 시속 160.1㎞ 속구를 뿌렸는데, 이 기록은 피치 트래킹 시스템(PTS)을 도입한 2011년 이후 국내 투수가 시속 160㎞ 처음으로 넘긴 기록이다.

그 뒤로 문동주는 승승장구했다.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그해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지난해 10월엔 국가대표에도 발탁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 군 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셈. 반면, 김도영은 부상으로 부침이 심했고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렇게 일명 ‘문-김 대전’은 문동주의 판정승으로 끝나는가 했다.

그러나 2024시즌엔 다르다. 김도영이 3월 부진을 극복하고 4월에 누구보다 펄펄 날고 있다. 김도영은 지난 25일 고척 키움전에서 5회초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월간 10홈런-10도루를 완성했다. 1982년 KBO리그가 만들어진 이래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새 역사다. 사실상 4월 월간 최우수선수(MVP)는 김도영의 몫이다.

김도영은 원래 발이 빠른 선수였는데, 올 시즌 들어 장타 비율이 크게 늘었다. 바로 KIA 코치진의 조언과 스스로의 노력이 합쳐져 빛을 발한 것인데, KIA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는 1년차때부터 타구에 힘을 싣는 느낌이 달랐다. 하지만 타구 대부분이 라이너성에 빠른 특징이 있었다. 그래서 가진 재능에 좀 더 좋은 타구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타구를 조금더 띄우는 연습을 반복했고, 김도영 역시도 “죽더라도 뜬공으로 죽자는 마음으로 친다”고 말했다. 원래 빠른 타구를 생산하는 타자가 발사각도를 조금 높여 뜬공을 치니 잘 맞으면 족족 홈런이 됐다. 진정한 ‘호타준족’의 탄생인 것이다.

KBO리그엔 호재다. 20세에 불과한 두 선수가 선의의 경쟁을 하며 모두의 기대만큼 성장하고 있다. 두 사람은 향후 KBO리그를 넘어 한국 대표팀을 10년 넘게 이끌어갈 재목이다. ‘문-김 대전’은 이제 진짜 시작이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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