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메인 빌런 캐릭터는 배우에게 ‘독이 든 성배’다.

1편 장첸(윤계상 분)과 2편의 강해상(손석구 분)의 인상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잔인함으로 공포심을 주면서도 매력도 있어야 한다. 후반부 마석도(마동석 분)와 한 판 승부에선 두들겨 맞으면서 시원함을 줘야 한다. 3편의 주성철(이준혁 분)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는 집중력이 분산되면서 앞선 빌런만큼 매력적이진 않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24일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4’도 투 빌런 체제다.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군대에서 배운 특수요원 출신 백창기(김무열 분)와 IT 천재면서 소시오패스 느낌이 강한 장동철(이동휘 분)이다. 장동철이 무력을 뽐내는 빌런은 아니다보니, 사실상 백창기 1인 체제다. 첫 장면부터 살기를 띤 백창기의 얼굴에서 1~2편 빌런의 강렬함이 엿보였다.

김무열은 “‘범죄도시’가 과거 ‘가리봉 잔혹사’라는 가제의 시나리오로 떠돌 때부터 알고 있었다. 앞선 빌런의 활약 때문에 부담도 컸지만 좋은 제작진과 힘을 합치면 충분할 거라 여겼다”고 말했다.

◇“마동석 분명히 아프게 맞았는데, 내 손만 얼얼해”

데뷔 전 브라질 전통 무술 카포에라를 배운 김무열의 몸놀림은 여타 배우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훨씬 더 날렵하고 잽싸다. 단검을 쓰는 백창기는 특수요원 출신답게 상대의 급소만 노린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공포를 유지했다.

“백창기는 살인을 배운 사람이에요. 더 간결하게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대 때 단검을 사용하는 운동도 배웠어요. 잘 쓰진 못했지만, 이해도는 있었어요. 넷플릭스 ‘스위트홈’ 촬영 때는 실제 특수부대 전역한 친구들이랑 같이 훈련받았어요. 덕분에 특수부대 친구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죠.”

영화에서 백창기를 죽이려다 실패한 조직원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잠시 귀를 기울인 백창기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대로 사살했다. 김무열은 대사가 거의 없는 백창기를 눈빛과 작은 액션만으로 완성했다.

“강렬함을 표현할 때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더 실용적이고 움직임이 편한 옷을 찾았고, 평범한 구두와 재킷을 입었어요. 그런 인물이 공격성을 드러낼 때 더 공포감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주위에서 섹시했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범죄도시’ 시리즈 빌런의 숙명은 결국 마석도와 맞선다는 것이다. 마석도를 제압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정신을 잃는 의식을 치르며 마무리를 맺는다. 이미 많은 관객이 예측하는 장면이지만, 여전히 후련하다. 오히려 빌런이 강하게 느껴질 경우 강한 긴장감이 솟구친다.

“마지막 혈투는 걱정이 많았어요. 아무리 비행기 세트가 커도, 조명이나 스태프들이 들어오면 좁아져요. 그런데 예상보다 정말 수월했어요. 한 번은 가까이 있다 보니까 동석이 형의 팔을 때렸어요. 잘못 맞았는지 저는 손이 얼얼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형은 맞은지도 모르더라고요. 아예 모르고 있어서 손이 아프단 말도 못 했어요.”

◇내가 아들을 낳다니, 현실과 비현실 오가는 것 같아

지난 2015년 배우 윤승아와 결혼한 김무열은 지난해 득남했다. 그는 아버지이자 배우로서 큰 책임을 느꼈다고 했다.

“여전히 믿기지 않아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것 같아요. 기저귀 갈아주고 밥 먹이고 재우고 다해요. 얼마 전에 어머니와 장모님이 집에 와 계셔서 아들도 같이 TV를 봤어요. 아들 생애 첫 TV 시청이죠. TV에서 아빠 목소리가 나오니까 신기해하더라고요. 그때 비로소 연기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올해 김무열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범죄도시4’를 시작으로 티빙 ‘우씨왕후’, 드라마 ‘노웨이아웃’, ‘스위트홈3’까지, 출연 작품이 줄줄이 공개된다.

“다행히 촬영한 대로 공개될 것 같아요. ‘우씨왕후’는 냉철한 지략가예요. 을파소라는 실존 인물이고요. ‘스위트홈3’는 부대원을 사랑하는 특수부대 군인이고, ‘노웨이아웃’은 속물적인 변호사죠. 세 캐릭터가 다 외형이며 특색이 다르다 보니, 저 역시 기대가 큽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