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이럴 일인가 싶다. ‘묻혔다’는 말 그대로다. 최정(36·SSG)의 역대 홈런 신기록이 눈앞인데 이상할 정도로 잠잠하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과 심판이 다 집어삼켰다.

최정은 올시즌 8홈런을 기록중이다. 14일 수원 KT전에서 두 방을 날렸다. 통산 466홈런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보유한 467홈런에 바짝 붙었다.

지난 2일 통산 463호를 때린 후 6경기에서 침묵했다. 추진력을 얻었을까. 12~14일 3경기에서 3홈런이다. ‘몰아치기’다. 3연속경기 멀티히트도 있다. 감이 올라왔다. 여차하면 16일 홈 KIA전에서 이승엽 감독을 넘을 수도 있다.

이승엽이라는 ‘신화’에 도전하는 유일한 선수다. 소년장사로 시작해 리그 홈런왕에 이른다. ‘새 역사’가 임박했다. 이 정도면 분위기가 고조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조용하다.

다른 이슈가 터졌다. ABS다. 14일 대구에서 일이 터졌다. 3회말이다.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는데, 주자의 도루가 나오면서 심판이 놓친 듯했다. 심판 콜이 없으니 볼이다.

이후 NC가 항의했다. 더그아웃에 비치된 태블릿에는 스트라이크로 잡혔다. 이미 공 3개를 더 던진 상황이기에 번복은 어려웠다.

그리고 심판끼리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볼로 인식했다고 하라”고 말을 맞췄다. 대화가 고스란히 중계카메라에 잡혔다. NC가 격분했고, 팬들은 폭발했다. “승부조작”이라 하는 이도 있다.

리그를 뒤흔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공정’해야 하는데, 심판이 이를 부정한 셈이다. 동시에 다른 이슈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승엽 감독은 ‘홈런의 대명사’다. 일본 생활을 마치고 2012년 복귀했을 때 나이가 36세다. 이후 41세까지 6년을 뛰면서 홈런 143개를 날렸다. 연평균 23.8개. 은퇴 시즌에도 24홈런이니 말 다 했다. 1~2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랬다면 500홈런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40년이 넘는 KBO리그 역사에서 300홈런 타자가 딱 15명이다. 400홈런 타자는 이승엽 딱 한명이 전부였다. 최정은 이 유일한 기록 보유자의 강력한 경쟁자다.

묵묵히 홈런 개수를 쌓았다. 2021년 마침내 역대 두 번째로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당시 해설위원 신분이던 이승엽 감독은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500홈런 시대를 열어달라”고 했다.

무수히 많은 스타가 거쳐 갔다. 홈런에 관해서는 이승엽 감독에게 근접한 이도 없었다. 최정이 ‘넘을’ 준비를 마쳤다.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무도 관심이 없다. ABS 때문이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공개적으로 “로봇에게 판정을 맡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는 불만이 계속 쌓이고 있다. 심판이 기름을 끼얹었다. 뭐만 하면 ABS 얘기가 나올 기세다. 어느새 ‘최정의 홈런 신기록 따위’가 되어버린 모양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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