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오타니는 죄가 없다.”
450만달러(약 62억원)가 아니었다. 1600만달러(약 219억원)다. 미즈하라 잇페이가 오타니 쇼헤이의 계좌에서 훔친 돈의 액수다. 이쯤 되면 무섭다. ‘간 큰’ 행보다. 도박의 끝은 언제나 파멸뿐이다.
미국 디 애슬레틱, USA투데이, ESPN 등은 12일(한국시간) 일제히 “오타니의 전 통역사 미즈하라가 연방 검찰에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미즈하라는 불법 스포츠 베팅을 위해 오타니의 계좌에서 1600만달러를 훔쳤다”고 전했다.

국세청과 국토안보부가 수사를 진행했다. 결과를 발표한 마틴 에스트라다 검사는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계좌에서 1600만달러를 강탈했다. 자신의 지위를 악용했다. 미즈하라를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타니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간주하고 있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에 관여하거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기 위해 은행 계좌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타니의 혐의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미즈하라는 지난 2021년부터 불법 도박에 손을 댔다. 2024년 1월까지 계속됐다. 1만9000회다. 하루 평균 25번 베팅했다. 베팅액은 10달러(약 1만3700원)부터 16만달러(약 2억1890만원)까지 된다. 평균 1만2800달러(약 1751만원)다.
베팅을 통해 대략 1억4200만달러(약 1943억원)를 따기는 했다. 그러나 잃은 돈이 약 1억8300만달러(약 2504억원)다. 4067만8436달러(약 557억원)를 손해 봤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점점 수렁에 빠졌다. 빚이 점점 쌓였다. 돈을 갚지 못하자 친절하던 불법도박업자 매튜 보이어도 점점 난폭해졌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의 돈을 1600만달러나 훔쳤다. 치밀했다. 은행에 전화를 걸 때도 자신이 오타니라고 했다. 전화번호와 이메일 계정도 자기 것으로 했다. 자신의 계좌 정보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원한다면 철저히 통제했다.

오타니도 수사에 응했다. 휴대전화도 당국에 냈다. 포렌식 결과 오타니와 미즈하라 사이에 도박 관련 이야기를 나눈 내용은 없었다. 철저히 미즈하라가 오타니 몰래 돈을 빼간 셈이다.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도중인 지난달 20일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내 도박 빚을 갚아줬다”고 했다. 이내 “오타니는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최초 미즈하라가 훔친 돈은 450만달러라 했다.
의심의 목소리가 커졌다. ‘모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타니는 직접 나서 “미즈하라가 내 돈을 훔쳤다. 나는 피해자다. 정말 알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그래도 세간의 눈초리는 여전히 매서웠다.

수사 결과 오타니의 결백이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확실하게 “혐의가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은 아니다. “간주한다”고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상황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디 애슬레틱은 “오타니에게 죄가 있다면, 친구를 너무 믿은 것밖에 없다. 이는 범죄가 아니다. 자격정지 징계를 받을 일도 아니다. 부주의 혹은 관리 실수로 돈을 잃은 스포츠 스타는 전에도 있었다”고 전했다.
미즈하라는 최대 30년의 징역형과 벌금 100만달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오타니는 이번 도박 스캔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무혐의 발표만 남은 모양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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