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원성윤 기자] 류현진 체인지업이 살아났다. 본인도 스스로 그렇게 느꼈다. 구위를 완벽하게 회복했다. 6이닝 1안타 8삼진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안정기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한화 류현진이 11일 두산과의 경기 승리 후 인터뷰에서 “한국에 와서 체인지업이 말썽이었다”며 “그 부분을 잡아서 만족한 거 같다”고 밝혔다.

공 3개 중 하나를 체인지업으로 던졌다. 94구 가운데 31개(33%)가 체인지업이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이날 경기도 그랬다. 8개 삼진 가운데 7개 삼진에는 체인지업이 들어있었다.

극단적인 볼배합도 있었다.

2회말 두산 박준영을 삼진으로 솎아낼 때는 8개 공을 모두를 체인지업으로 던졌다. 자신감이었다. 타자가 계속 커트했으나, 결국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4회말 강승호를 삼진으로 잡을 때는 체인지업-느린 커브-체인지업으로 볼배합으로 타이밍을 완전히 뺐었다. 5회말 양석환을 돌려세울 때는 128㎞ 체인지업 초구 이후 143㎞ 146㎞ 포심 패스트볼로 3구 삼진을 이끌어냈다.

타자 입장에선 이런 볼 배합에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똑같은 투구폼, 똑같은 스윙스피드로 던진다. 타자 입장에선 육안으로 구분할 수가 없다. 홈플레이트 근처에 와서 볼이 떨어진다. 제대로 구사하는 투수에겐 결정구가 된다.

충격적인 5회 9실점 패배를 했던 키움전(4월5일)과 볼배합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날 던진 81구 가운데 체인지업은 불과 10개(12%)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볼에 자신감이 없었단 얘기다.

1,4회에는 아예 던지지 않았다. 5회엔 4개를 던져 2개가 적시타가 됐다. 김혜성이 하이-체인지업에 좌전안타, 김휘집이 바깥으로 빠지는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며칠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류현진은 “그립은 똑같았다. 스로잉을 좀 빠르게 해 스피드가 더 나왔다. 각을 직구랑 비슷하게 해 범타와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었다“고 복기했다. 결국 체인지업 제구가 되기 시작하면서 구위도 함께 끌어올린 셈이다.

우려했던 ‘마의 70구’를 지나고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류현진은 “몸은 괜찮았던 거 같다. 제구 문제였다. 몸은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문제가 없고. 신경 썼던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70구) 이후에 맞았기 때문에 말이 나온 거 같다. 오늘은 이후에 안 맞았으니 말이 안 나올 거 같다”고 웃어보였다.

이제 풀렸다. 집 나갔던 체인지업이 돌아왔다. 류현진의 시즌은 이제 시작됐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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