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김동영 기자] “너무 즐겁습니다.”

승리는 따내지 못했다. 그래도 웃었다. 객지가 아니라 모국에서 ‘행복 야구’를 만끽하고 있다. 출근이 즐겁단다. 한화도 힘을 내고 있다. 탄력 제대로다. 이것 또한 류현진 효과로 풀이된다.

류현진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T전 승리 후 “요즘 야구장 나오는 게 너무 재미있다. 안 던질 때도 더그아웃에서 파이팅 있게 응원하고 있다. 내가 던질 때는 또 집중한다. 이제 6경기 했지만, 선수들이 잘하려고 하고 있다. 나도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이날 류현진은 6이닝 8안타 무사사구 9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뽐냈다. 23일 개막전에서 3.2이닝 5실점(2자책)으로 주춤했으나 두 번째는 달랐다.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고 봐야 한다.

개인 승리는 없었다. 2-2에서 내려왔다. 1회말 타선이 2점을 냈는데 그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6회초 강백호-황재균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으면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류현진은 “강백호에게는 실투다. ‘아차’ 싶었다”며 “황재균은 이제 전쟁 시작이다”며 껄껄 웃었다.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복귀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한화 팬들은 류현진의 계약 소식만 손꼽아 기다렸다. 8년 17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이 터졌고, 팬들은 환호했다.

의외로 개막전에서 부진했다. 패전투수가 됐다. 이후 펠릭스 페냐-김민우-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가 모두 선발승을 따냈다. 1패 후 4연승. ‘류승승승승’이 나왔다. 이날 선발승을 챙겼으면 좋았을 뻔했다.

류현진은 의연했다. “승이 없어도 부담은 없다. 승리하면 좋겠지만, 내가 던지는 날 팀이 이겨야 한다. 그게 더 중요하다. 개인적인 승리보다 내가 등판하는 날 팀이 이기는 흐름으로 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즐거움’이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만리타향에서 11년 세월을 보냈다. 적응이야 당연히 했지만, 고향과 같을 수는 없다.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먼저 KBO리그에 온 추신수는 “더그아웃에서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현진이라고 다를 리 없다. “우리 선수들 정말 잘하고 있다”며 기를 세워준다. 특히 28일 문학 SSG전에서는 경기 끝까지 더그아웃을 지켰다. 사실 다음날 선발투수는 일찍 이동한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다. 그러나 이동 없이 현장에서 끝까지 봤다.

류현진은 멋쩍은 듯했다. “3연전 가운데 1~2차전이 빨리 끝났다. 3차전도 그 정도 시간에 끝나면 같이 이동해도 이상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2시간 정도면 간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 늦게 끝나더라. 문제는 없었다. 어차피 인천에서 대전이 멀지 않다”며 미소를 보였다. ‘다음에도 끝까지 지켜볼 것이냐’고 묻자 “그건 그때그때 상황을 보겠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에이스의 책임감’은 LA 다저스-토론토 시절에도 있었다. 대신 KBO리그에서는 한결 편하게 뛸 수 있다. 실제로 즐겁게 뛰는 것이 보인다. 문동주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 덩달아 한화도 강해진다. 류현진이 0승 1패여도 한화가 잘 나가는 이유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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