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 기자] 핵심은 문제 행위의 유무다.

페퍼저축은행 내의 선후배 괴롭힘 문제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팀 내 후배 선수를 괴롭혔다는 의혹을 받은 오지영은 지난주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 회부됐고, 1·2차 상벌위 끝에 ‘1년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상벌위는 “오지영의 팀 동료에 대한 괴롭힘, 폭언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면서 “이 같은 행위들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이며 앞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척결되어야 할 악습이므로,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폭력은 없었지만 지속적인 폭언 등이 문제가 되는 심각한 사안으로 본 것이다.

그러면서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 제10조 제1항 제4호,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상벌규정 별표1 징계 및 제재금 부과기준(일반) 제11조 제4항 및 제5항에 의거, 1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징계 당일 페퍼저축은행은 오지영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오지영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폭언 등이 아닌 주의를 준 수위에서의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B선수가 괴롭힘 사례로 제출한 일부 증언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억울함을 밝히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예고한 오지영 측은 KOVO 상벌위에 재심을 요청, 또 다른 법적 다툼까지 예고했다.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터뷰하며 대응하는 모습이다.

괴롭힘 사례에 대해 두 선수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오지영은 B선수는 친했던 후배이고 선물까지 사줬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 등 배신감 가득한 코멘트를 하는 등 B선수가 언급한 사례를 언론을 빌려 반박 중이다. 이에 B선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오지영의 인터뷰를 무더기로 재반박하면서 또 다른 억울함을 호소 중이다.

사실 어느 누가 어떤 사례에 대해 진실을 주장하고 있는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제삼자는 알 수 없다. 심지어 당사자마저 같은 상황을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같은 일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인간관계라는 것 자체가 워낙 복잡하다. 어제까지 잘 지내던 사람도 하루아침에 돌아설 수 있는 게 인간관계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관계에서 이런 사례를 당시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신이 아닌 이상 제삼자가 판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입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가치 판단을 내리는 건 섣부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사례들의 시시비비를 따지는 게 아닌 ‘문제 행위 자체의 유무’다. 문제가 될 만한 행위를 했냐 안 했냐가 쟁점이 되어야 한다. 여러 정황을 차치하고 상벌위에서 규정한 ‘반사회적 행위’가 있었다면 징계는 나올 수밖에 없다.

오지영 입장에서는 1년 자격정지가 과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행위가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면, 그것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원인이나 배경은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이 아니다.

양측의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2차 가해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나이가 어린 B선수는 현재 주변 사람이 크게 걱정할 정도로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와 정황을 불문하고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사실관계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입장 차이가 쟁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심을 청구한 오지영 역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문제 행위가 없었다는 걸 증명할 만한 자료를 제출해야만 ‘괴롭힘 의혹’의 불명예를 씻어낼 수 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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