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국제공항=황혜정 기자] 눈에 띄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있었다.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아니나 다를까 KIA 타이거즈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친구 사이냐”고 물으니 “오늘(21일) 처음 만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초면이어도 KIA로 대동 단결된 이들이다.

차영운(고2), 김민준(초6), 황윤태(중3) 군은 KIA 선수단이 21일 호주에서 귀국하는 현장을 직접 찾았다. 특히 김민주, 황윤태 군은 보호자 없이 두 사람이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 인천국제공항까지 왔다. 선수단은 오후 8시 조금 넘어서 출국장을 나왔는데, 집에서 3시쯤 나와 오후 5시부터 공항서 기다렸단다. 무려 3시간을 넘게 기다린 셈이다.

“전 김도영이요!” 어김없이 ‘광주의 아이돌’ 김도영을 가장 좋아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민준 군은 지난해 광주 출신 아버지와 함께 텔레비전으로 야구를 보다가 KIA에 푹 빠졌다.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다는 차영운 군은 포수였던 만큼 KIA 포수 한승택을 좋아한다.

이들이 이날 선수단의 귀국길을 찾은 건 좋아하는 선수들도 보기 위함도 있지만, KIA 신임감독의 ‘금의환향’을 보기 위해서다.

야구 선수로 살아왔던 차 군은 “이범호 감독님께서 워낙 뛰어난 ‘레전드’ 타자이셨던 만큼, 선수들을 잘 키우실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두 사람도 “현역 때 잘했던 선수라고 들었다. 그래서 왠지 팀을 이끄는 것도 잘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감독이 현역(2000~2019년)으로 뛰었을 때 야구를 잘 보지 않았거나 KIA 팬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미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기사 등을 통해 이 감독이 ‘레전드’인 것을 파악했다고.

“KIA가 우승할 것 같나요?”라고 물었다. 팬인만큼 ‘당연히 우승’이라는 답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웬걸 ‘냉정한’ 답이 나왔다. “음... 포스트시즌까진 갈 것 같아요.” 지난해 6위를 한 것이 이들 기억에 컸던 모양이다.

차 군은 “외국인 투수들이 잘하면 될 것 같다. 윌 크로우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잘하는 투수라 하니 기대가 크다”고 했다. 어디서 이런 분석을 하냐고 물었더니 역시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보고 얻은 정보라고 한다. 뉴미디어가 주는 정보를 그대로 흡수하는 어린 팬들이 많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도 KIA를 향한 순수한 애정은 무한했다. 투수 이의리 사인이 새겨진 모자를 쓴 김민준 군은 “우리 KIA 선수님들 파이팅하시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우승하셨으면 좋겠다. 이범호 감독님도 파이팅!”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들은 긴 기다림 끝에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바로 선수단 사인과 함께 이범호 감독의 사인도 받아낸 것이다. 외야수 최형우에게 받은 사인볼을 자랑하던 이들은 이 감독과 취재진의 인터뷰가 끝나기만을 진득하게 기다린 뒤 사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 감독이 감독으로 선임된 후 첫 귀국 현장에서 받은 ‘귀중한 사인’이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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