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 기자] 최악의 시즌이다.

페퍼저축은행은 2023~2024시즌 V리그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20~2021시즌 ‘막내 구단’으로 V리그에 발을 디뎌 최하위(3승28패·승점11)로 첫 시즌을 마쳤다. 두 번째 시즌은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세터 이고은을 자유계약(FA)으로 영입, 선수를 보강해 한층 안정감을 찾았다. 승수를 3이나 더 추가하면서 5승31패(승점 14)로 세 번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처참했다. FA 최대어였던 박정아를 계약기간 3년에 7억7500만원(연봉 4억7500만원, 옵션 3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조건으로 데려왔다. ‘검증된 외인’ 야스민 베다르트까지 영입하면서 쌍포 날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틱한 변화’로 우승후보로도 간간이 거론됐지만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1, 2년차 때보다 더한 모습이다. 정규리그 6라운드 단 6경기를 남겨둔 시점 거둔 승수는 2다. 승점 8점으로 남녀부 14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자릿수 승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시즌 5라운드가 끝날 시점에는 4승26패(승점 11)였고, 첫 시즌에는 3승27패(승점11)였는데,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다.

불명예의 연속이다. 패배가 늘어날 수록 2005년 출범한 V리그에 반갑지 않은 역사를 남기게 된다.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의 17연패를 넘어선 이번시즌에는 23연패다. 2012~2013시즌 KGC인삼공사(현 정관장)가 갖고 있던 역대 여자부 최다 20연패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2012~2013시즌 KEPCO(현 한국전력)가 떠안은 남자부 최다 25연패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페퍼저축은행 조 트린지 감독은 매 경기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발전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경기력이다. FA로 영입된 박정아는 제몫을 못하고 있다. 베테랑 리베로 오지영은 지난 6일 GS칼텍스전 이후 코트에서 사라졌다. 부상이 아님에도 말이다.

야스민만 고군분투하고 있다. 매 경기 최다 득점을 책임지며 공격 선봉에 서지만, 뒤를 받치는 선수가 없다.

내외적으로 여러 잡음이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조 트린지 감독이 선수단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고, 선수들도 하나둘 불만을 갖고 있다며 우려한다. 불만 없는 조직은 없지만 분위기가 상황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팀이 단단해질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0일 흥국생명전에서 조 트린지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일단 열심히 하는 모습, 한 팀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다. 경기에서 지고 있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하면서도 “그런 관점에서 좋은 신호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창단 3년차에 3년 연속 최하위. ‘여자부 최다 연패’가 ‘V리그 역사 최다 연패’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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