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스코츠데일=윤세호 기자]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를 거부한다.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2022년 4월6일 고척돔 선발 등판은 ‘인생 경기’가 아닌 수술 전 한 등판일 뿐이라는 다짐이다. LG 왼손 선발투수 손주영(26)이 누구보다 빠르게 시동을 걸었다. 사령탑 또한 5선발 확정 사인을 보내며 화답했다. 2024시즌 LG 선발 야구 핵심에 자리할 손주영이다.

캠프 선두주자다. 지난달 20일(한국시간) 선발대로 캠프 장소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로 향했다. 하루라도 빨리 따뜻한 곳에서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주장 오지환의 지원도 있었다. 그리고 캠프 이틀째인 지난 2일 가장 먼저 불펜 피칭에 들어갔다. 어느 때보다 착실하게 비시즌을 보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손주영은 18일 미국 이래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캠프 훈련을 마치고 “지환이형이 지원해주신 덕분에 먼저 여기에 와서 운동할 수 있었다. 여기 날씨가 정말 좋다. 시차 적응하고 나서는 페이스가 정말 빠르게 올라왔다”며 “한국에서도 많이 던지기는 했는데 여기서는 걱정없이 강도를 세게 해도 팔이 편하다. 바로 하프피칭에 들어갔고 몸에 문제도 없어서 불펜 피칭도 가장 먼저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1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 있었다. 당시 손주영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재활 중임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 캠프에 참가했다. 기본적으로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좋고 팀 내부적으로도 기대가 큰 투수라 따뜻한 곳에서 재활에 임하도록 배려했다.

당시를 두고 손주영은 “다른 투수는 불펜 피칭도 하고 실전도 소화하는데 나는 짧은 거리 캐치볼 정도만 할 수 있었다.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기는 했는데 그래도 괜찮았다”며 “군대에 있을 때 생각이 나더라. 현역으로 군대에 갔다. 그때는 1년 6개월 후 공 던지는 것만 생각하면서 버텼다. 수술 후 재활은 6개월이니까 이정도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고 다짐했다”고 돌아봤다.

다짐만큼 밝은 미래를 만들었다. 지난해 9월 1군 무대로 돌아온 손주영은 시속 140㎞ 중후반대의 속구를 던졌다. 한 차례 교정을 거친 후에는 구위와 제구가 두루 향상됐다. 단순히 속구만 뛰어난 게 아닌 커브와 스플리터도 위력적이었다. 한국시리즈(KS)에 앞서 치른 청백전에서는 LG 주전 라인업에 맞서 힘으로 압도하는 투구를 펼쳤다.

손주영은 “이천에서 첫 청백전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잠실로 이동하고 청백전을 하는데 진짜 좋은 컨디션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사실 수원에서 열린 KS 4차전에서는 불펜에서 몸도 풀었다. 그때도 공이 정말 좋았다. 정말 나가고 싶었는데 아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사령탑은 일찍이 2024시즌 핵심 선발 자원으로 분류했다. KS 엔트리에 손주영을 넣은 것도 다음 시즌을 위한 투자 개념이었다. 그리고 이번 캠프에서 손주영의 모습에 만족하며 그를 5선발로 확정지었다.

염 감독은 “주영이가 준비도 잘했고 불펜 피칭에서 모습도 좋다. 5선발로 시즌을 맞이할 것이다. (김)윤식이의 경우 관리가 필요하니까 급하지 않으려 한다. 4월말부터 시즌에 들어가는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2024시즌 초반 선발진 운영 계획을 설명했다.

손주영이 직접 메시지를 받지는 않았다. 그는 “몰랐다. 그저 나는 열심히 경쟁한다는 마음 뿐”이라며 “감독님께서 잘 준비하라는 말씀은 해주셨다. 시즌에 맞춰서 조절하라고 하셨는데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과제는 뚜렷하다. 2년 전 4월 고척돔 등판이 우연이 아님을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손주영은 “그때도 공이 좋았지만 작년 한국시리즈 준비할 때가 공은 더 좋았던 것 같다. 최고 구속은 똑같이 149㎞였는데 투구 밸런스는 작년이 더 좋았다고 느꼈다. 커브 던지는 법, 스플리터 던지는 것도 많이 배우고 익숙해졌다”고 발전을 강조했다.

목표는 120이닝, 그리고 어린 시절 야구공을 잡게 한 SSG 에이스 김광현과 맞대결이다.

손주영은 “아직까지 나는 제대로 보여준 게 없는 투수다. 1군에서 긴 이닝을 소화한 적도 없다. 프로와서 2군까지 포함해 가장 많이 던진 게 80이닝 정도였다. 1군에서 한 경기 잘했지만 이제 그 경기는 그냥 지난 일”이라며 “올해는 100이닝 이상, 120이닝까지 던지고 싶다. 매년 더 발전하면서 지금은 5선발이지만 4선발, 3선발까지 계속 올라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린 시절 SK팬이었다. 부산에서 자라서 당연히 주위에는 롯데팬이 많았는데 나는 SK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SK에 다니셔서 자연스럽게 SK를 응원했고 김광현 선배님을 특히 좋아했다”며 “매일 SK 야구 보고 야구 끝나면 하이라이트 보고,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랑 영상을 봤다. 올해 꼭 김광현 선배님과 선발 대결을 하고 싶다. 경기 전 전광판에 나란히 이름만 올라와 있어도 정말 감격스러울 것 같다”고 특급 투수와 맞대결을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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