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캔버라(호주)=장강훈 기자] “잘됐죠.”

모두가 반겼다. KIA가 12일 제11대 감독으로 이범호 타격코치를 전격 발탁하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시즌 담금질 중이던 선수들도 공식발표 직전까지 이 신임감독 선임 사실을 몰랐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 한 인선이다.

이 신임감독은 2000년 신인 2차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 고졸(대구고) 신인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해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2010년)에 잠시 몸담았다가 프리에이전트(FA) 신분으로 KIA와 계약(2011년)했다. 프로통산 19시즌 동안 329홈런 1127타점 타율 0.271로 맹활약했다. 특히 통산 17개 만루홈런을 쏘아올려 이부문 최다 기록을 보유할만큼 찬스에 강한 타자였다.

KIA에서도 2017년 통합우승을 견인했고, 더그아웃 리더로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였다. 일찌감치 ‘차세대 감독감’이라는 찬사가 따랐고, 2019년 은퇴 후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에서 짧은 코치연수를 받고 타격코치로 부임했다.

광주에서만 14년을 보냈으니 KIA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다.

때문에 전임인 김종국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경질당한 직후부터 ‘내부승격’의견이 우세했고, 중심에 이 신임감독이 거론됐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은 “선수로도 함께 생활했고, KIA에 뿌리를 내린 지도자가 선수입장에서는 더 좋다”며 이 신임감독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이 신임감독은 공식발표 전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라운드 곳곳을 돌아다니며 격의없이 소통하고, 특히 타자들에게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등 ‘타격코치’ 역할에 충실했다.

발표 직전 소식을 접한 ‘캡틴’ 나성범은 “선수들에게 힘이 되실 분”이라며 “선수단 생리와 문화 등을 잘 아는 분이셔서 이질감없이 훈련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 선수들 모두 준비도 잘했고, 좋은 분위기 속에 훈련하고 있어서 시즌 때 좋은 성적으로 팬께 보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감독이 안계셨지만 시스템을 갖춘 팀이어서 차질없이 훈련해왔는데, 함께하던 분이 감독이 되셨으니 더 신나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고 반겼다.

코치진도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로 이 신임감독의 부담을 덜었다. 코치진 중 막내여서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진갑용 수석코치는 “잘된일 아닌가. 잘할 것”이라며 “팀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훈련이 끝난 뒤 이 신임감독이 공식 취임(?)하자 선수들은 만연에 미소를 가득 품었다. 나성범은 “드디어 고민을 해결했다”고 반겼고 김선빈 역시 “느낌이 맞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선수들이 이토록 반기는 감독은 KIA에서는 실로 오랜만이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