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출시된 모델 중 가장 관심을 받은 모델은 현대자동차의 ‘아슬란’이다.

‘아슬란’은 여러모로 독특한 신차다. 우선 자동차의 차급을 나누는 일반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설명대로라면 준대형급인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위치하는 모델이다. 언뜻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모두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모델이다. 판매에 있어서 제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굳이 차급을 세분화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아슬란’을 출시했다. 전에 없던 차급을 선보여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하겠다는 현대차의 의도는 행복한 결말로 끝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짚어볼 부문은 성능의 차별화에 성공했느냐는 것이다. 이것만 해결된다면 현대차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어로 사자라는 뜻인 ‘아슬란’. 사자의 등 위에 올라탔다.

현대자동차의 ‘아슬란’. 제공 | 현대차

◇부드럽고 여유로운 사자의 첫인상

‘아슬란’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부드럽다. 전면부와 측면부, 후면부에 이르는 선이 물 흐르듯이 처리돼 있다. 전면부는 크롬을 적용한 세로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인상적이다. 후면부의 경우 볼륨감을 살려 안정감 있는 인상을 준다. 강렬한 인상을 원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겠지만 준대형급 이상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품격은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보인다. 내부 디자인의 경우 우드 소재의 인테리어를 활용해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일(一)자 형태를 기본으로 구성된 센터페시아는 간결하고 쓰기 편하게 구성돼 있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슬란’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요소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달리며 느끼는 ‘아슬란’의 장점은?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아슬란’의 정숙성은 단연 최대 장점으로 꼽을만 하다. 차의 엔진은 물론, 노면, 바람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을 적절하게 잡았다. 특히 고속 주행 시 창문을 열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바람이 불고 있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동승자의 대화는 물론, 숨소리마저도 크게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각종 운행 정보를 전면부 유리에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완성도도 높았다. 서스펜션은 차급에 걸맞게 부드럽게 세팅돼 있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차체를 잘 잡아줬고 가속 시 변속 충격도 적었다. 유럽 디젤차 특유의 딱딱한 느낌이 싫다면 좋은 대안이 될 듯 싶다. 실제 연비는 8㎞/ℓ 안팎을 오갔다.

◇아슬란의 운명은?

‘아슬란’은 다양한 편의사양을 강화해 상품성을 높였다. 실제로 ‘그랜저’와 비교하면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기본 적용됐으며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과 방향 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 이탈시 경고등 및 스티어링 휠 진동으로 알려주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을 적용했다. 차간 거리 자동 조절은 물론 자동 정지와 재출발 기능까지 지원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차량 충돌 예상시 운전자에게 경보해 긴급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시켜주는 ‘전방추돌 경보 시스템’(FCWS)과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 ‘어드밴스드 주차조향 보조시스템’(ASPAS), ‘어댑티브 헤드램프’(AFLS) 등도 갖췄다.

‘아슬란’은 다른 차급의 모델이 미처 갖추지 못한 장점이 있다. 뛰어난 감성 품질이 그것이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데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하지만 그간 차체의 크기와 엔진 배기량 등을 기준으로 차를 구분하던 소비자에게 이같은 장점을 알리기는 쉽지 않다. ‘아슬란’이 풀어야할 숙제다.

임홍규기자 hong77@sportsseoul.com
●한줄평=성격 좋고 재주 많은 ‘작은 형’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