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도태되지 않기 위해.”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팔방미인’ 장슬기가 고향팀 WK리그 인천현대제철을 떠나 2024시즌부터 경주 한수원 유니폼을 입는다. 8년여 간 몸담았던 현대제철과 이별한 후 ‘깜짝’ 이적 소식을 전한 장슬기는 “변화를 줘야 할 것 같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슬기는 여자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다. 2013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99경기애소 13골을 기록 중인 그는 수비수와 미드필더, 공격수 등을 고루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다. 프로에서는 2015년 일본의 고베 아이낙에서 데뷔한 후 2017년 WK리그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국내 무대에 발을 디뎠다. 2020년에는 스페인의 마드리드CFF로 이적했고, 반년 만에 현대제철로 돌아와 ‘절대 강자’ 타이틀에 힘을 보탰다.

그랬던 그가 ‘변화’를 택했다. 11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장슬기는 “모두가 놀랐다. 주변 사람도 그렇고, 사실 나도 그랬다”라고 웃으며 “현대제철에서 우승도 많이 했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항상 지키는 자리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다보니 안정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도태되지 않기 위해 도전자의 입장이 되고 싶었다. 변화를 줘야 할 것 같은 시기에 한수원과 니즈가 맞아 떨어져서 이적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고민도 많이 했다. 장슬기는 “정말 고민 많이 했다.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힘들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기에 더 그랬다”면서 “또 인천은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부모님이 계신 곳이다. 부모님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가족은 일본이든 스페인이든 항상 내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 ‘네 인생이니까’라며 믿어주셔서 용기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WK리그 챔피언결정전이 진행되던 무렵, 동료 선수들도 장슬기의 이적 상황을 눈치챘다. 그는 “사실 선수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근데 정말 떠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더라. 주변 많은 사람이 소식을 접하고 놀랐다”고 회상했다.

장슬기의 이적은 WK리그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다. 현대제철은 통합 11연패를 달성한 ‘1강’이다. 여전히 국가대표급 자원이 즐비하지만 지난해 지소연이 합류한 수원FC처럼, 지난 몇 년간 좋은 성적을 낸 한수원에게는 큰 힘으로 작용한다.

한수원 송주희 감독은 “게임체인저다. 차기시즌 구상 과정에 새로운 유형의 선수가 필요했고, (팀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며 장슬기의 합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슬기는 “감독께서 부담 주려고 하시지 않는다. 그간 편하게 대화해왔다”며 “팀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마인드로 접근하면 향상될 선수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친구들을 도우면서 팀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물리적인 거리가 늘어났다. 인천과 경주는 자동차로 4시간 이상 걸린다. 장슬기는 “4시간을 꽉 채워 운전했다”면서 “그래도 이 변화가 경험으로 작용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훗날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런 상황이 생길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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