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도쿄=김동영기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빈말이 아니었다. 일본 대표팀 투수 스미다 치히로(24)가 한국 대표팀 김주원(21)을 찾아 직접 사과했다. 김주원도 고마움을 느꼈다. 피가 마르는 국제대회에서도 ‘동업자 정신’이 빛났다.
김주원은 19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결승전 일본과 경기를 앞두고 “스미다 선수가 찾아왔더라. 몸에 맞는 공은 경기 중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일이다. 일부러 올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나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17일 예선 일본전에서 김주원은 7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안타는 치지 못했다. 3타수 무안타. 대신 몸에 맞는 공이 하나 나왔다.
5회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이날 선발로 나서 호투를 펼치고 있던 스미다 치히로. 초구 볼에 이어 스트라이크 2개를 먹었다. 이어 파울 2개를 쳤다.
6구째 시속 148㎞짜리 속구가 김주원의 몸쪽으로 향했다. 그대로 꼬리뼈 쪽을 맞았다. 순간적으로 큰 고통을 느낀 김주원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스미다도 미안함을 느낀 듯했다. 잠시 후 일어나 1루로 향하는 김주원에게 모자를 벗고 사과했다. 김주원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후속타 불발로 추가 진루는 없었다.
경기는 한국이 1-2로 패했다. 경기 후 스미다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타자가 너무 아파하더라.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이 아니었다. 김주원에게 직접 사과하고 싶다는 뜻까지 표했다. KBO 관계자는 “스미다와 우연히 마주쳤다. ‘김주원 선수에게 꼭 미안하다고 전해달라. 한국이 결승에 올라오면 꼭 김주원에게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18일 대만을 꺾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19일 일본과 결승전이 성사됐다. 리턴매치다. 그리고 스미다가 직접 김주원을 찾아왔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더그아웃 뒤편 통로에서 스미다가 문현빈과 마주쳤다. ‘7번 선수(김주원)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문현빈이 김주원을 데려가 둘이 만날 수 있었다.
김주원은 “말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감정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몸에 맞는 공은 경기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부분 아닌가. 생각해줘서 내가 더 고맙다”고 말하며 웃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프로들이 붙는 국제대회다. 지상과제는 결국 승리다. 피도 눈물도 없는 승부가 펼쳐지기 마련이다.
한편으로 보면 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입고 있는 유니폼은 달라도, ‘야구선수’라는 점은 같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동업자다. 스미다와 김주원이 동료애를 제대로 보여줬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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