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화곡=김민규기자]“우리 멤버와 할 수 있는 마지막 경기라 생각했다.”

KT 롤스터는 ‘2023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유난히도 대진이 좋지 않았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메이저 지역인 한국(LCK)과 중국(LPL)팀만 번갈아 가며 맞붙었다. 자칫 ‘본선 탈락’이란 벼랑 끝에서 힘겹게 8강에 합류했다. 이 같은 KT의 ‘악전고투(惡戰苦鬪)’ 속 승리에는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24)의 ‘마지막’이란 간절함이 있었다.

KT는 29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2023 롤드컵’ 스위스스테이지 9일차(2승2패 팀 간 대결) 8강 최종진출전에서 디플러스 기아(DK)와 일진일퇴를 거듭한 끝에 세트스코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KT는 젠지와 T1에 이어 8강에 합류했다. KT에 패배한 DK는 아쉽지만 이번 롤드컵 여정을 모두 마감했다.

경기 후 만난 김기인은 “사실 오늘이 진짜 마지막 경기였다. 또한, 우리 멤버와 마지막으로 함께 할 수도 있는 경기라 생각했다”며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롤드컵에 올라갈지 모르기 때문에 정말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다짐했다. 이길 수 있어서 진짜 다행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LCK 내전’인 만큼 경기는 치열했다. KT와 DK 모두 승리는 8강 진출, 패배는 탈락이었기에 물러설 곳이 없었다. 특히, KT는 1세트 불리했던 상황에서 묵직한 역전 ‘한방’으로 경기를 뒤집은 것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 반대로 2세트는 초반 유리했지만 DK의 반격에 무너질 뻔했다가 43분간 혈투 끝에 힘겹게 승리했다.

김기인은 “1세트의 경우 초반에 너무 불리하게 시작했다. 우리가 원하는 그림이 아예 안 그려졌다. 후반 바론과 장로 앞 승부가 주효했던 것 같다”며 “2세트는 우리가 바론을 먹고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사고가 터졌다. 이후에는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따라가면서 경기를 진행한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번 ‘롤드컵 8강’ 진출은 특별함이 있다. KT도 마찬가지다. 5년 전 한국에서 열렸던 롤드컵에서 김기인(당시 아프리카 프릭스)과 KT 모두 8강에 올랐기 때문. 다만, 당시 4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5년 만에 다시 롤드컵 8강이다.

그는 “사실 5년 전에는 데뷔 1년차로 롤드컵 8강에 진출한 것이기 때문에 떨어졌을 때도 ‘다음에 또 오면 되지’란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런데 연차가 쌓이면서 롤드컵에 못 가다 보니 올해 대회가 더욱 간절했다. 이번 롤드컵에선 8강보다 더 높게 올라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기인의 시선은 8강을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그는 운영과 한타 단계에서의 호흡 등을 꼽았다.

그는 “우리 팀원들끼리 얘기했을 때 운영적인 부분이나 한타 단계에서의 호흡 등 그런 문제점들을 얘기했다”며 “각자의 역할들을 잘 인지하면서 해야 우리가 4강 이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8강 전에 그런 문제점들을 좀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직 롤드컵 여정이 남았지만 올 한해를 돌아보면 좋았던 일도 많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이유는 바로 ‘우승’을 못한 것. KT는 올해 LCK 스프링, 서머 시즌 모두 최종 결승진출전까지 올랐지만 더 이상 오르진 못했다.

김기인은 “우리가 올해 진짜 한 끗 차이로 모두 결승에 못 올라갔다.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아쉽다”며 “또 정규리그 때는 잘 맞다가 플레이오프에서 우리 팀원끼리 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그 점도 아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이번 롤드컵에선 점점 더 팀워크가 맞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이번 롤드컵에서 아쉬워도 하고 화도 많이 났을 것 같은데 그래도 믿고 응원해줘 감사하다”며 “우리도 아쉬운 점이 많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할 테니 계속 응원해주면 꼭 보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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