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전주=정다워기자] 승리에도 전북 현대 베테랑 한교원은 웃지 않았다.
한교원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킷치SC(홍콩)와의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1차전 경기에서 1-1로 균형을 이루던 후반 16분 결승 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한교원 골 덕분에 전북은 K리그 5경기 무승(3무2패)의 고리를 끊고,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한교원은 정작 웃지 못했다. 득점 후 그는 환호도, 화려한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중석을 향해 손을 모으며 사과하는 듯한 몸짓을 취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한교원은 “전북은 닥공을 해야 하는 팀이다. 하지만 최근 득점력이 저조해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도 받고 책임감도 느꼈다. 자존심도 상하고 죄송한 마음이 컸다. 그래서 세리머니를 할 수 없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실제로 이날 전북은 몇 수 아래의 킷치를 상대로 고전했다. 밀집 수비를 쉽게 뚫지 못해 한 골 차 승리에 그쳤다. 수비 집중력이 떨어져 동점 골을 허용해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한교원은 “많은 분이 킷치전은 당연히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당연히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오늘도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안일하게 생각하거나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어떤 팀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최근 전북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무승 기간이 길어지며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단 페트레스쿠 감독을 보는 여론이 악화했다. 한교원은 “새 감독님께서 오셨다고 거기에 적응하느라 부진하다는 것은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선수들도 그렇고 스태프까지 모두 더 간절해야 승리가 따라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해야 더 나은 팀이 될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전북은 현재 K리그1 6위에 머물고 있다. 7위 인천 유나이티드와 승점이 같기 때문에 정규 라운드 잔여 세 경기 결과에 따라 파이널B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2014년 전북에 입단해 영광의 시절을 누린 한교원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부진이다. 그는 “과거와 지금의 전북은 다르다. 많은 선수가 오갔는데 최근 들어온 선수들이 전북에 관한 자부심과 전통을 확실하게 알았으면 좋겠다. 성장통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북다운 모습은 유지해야 한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한교원은 “지금 각 팀 간 승점 차이가 거의 없다. 승리가 너무 간절하다. 누가 됐든 골을 넣어야 한다”라며 공격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전북은 24일 최근 기세가 좋은 광주FC와 31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광주는 전북보다 높은 3위에 자리하고 있고, 최근 3연승 및 10경기 무패(5승5무) 행진을 달리고 있다. 전북도 부담스러운 맞대결이다. 한교원은 “광주는 정말 단단한 팀이다.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강한 팀이라는 인정한다. 우리도 경각심을 갖고 잘 준비해야 한다.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지금의 성적도 결국 우리가 만든 것이다. 이겨내야 한다. 광주전에서도 극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