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빈스윙은 거리와 정확도 향상에 크게 도움된다. 자기 전에 꼭 한다.”

‘서귀포 여신’에 등극한 이예원(20·KB금융그룹)은 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테디 밸리 골프&리조트(파72·673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서 3타 차 역전 우승을 따냈다. 까다로운 버뮤다 잔디가 ‘공포의 러프’를 형성한 테디 밸리 골프&리조트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페어웨이를 사수하는 것이 최상이다. 이예원은 페어웨이 안착률 78.6%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는 “버뮤다 잔디는 길지 않게 보여도 러프에 떨어지면 땅에 박힌 것처럼 떨어진다. (러프가) 짧아도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티샷 정확도에 신경썼다. 이예원은 “티샷 정확도 향상을 위해 매일 저녁에 빈스윙을 조금이라도 하고 자는 루틴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드라이버 정확도 향상에 고심 중인 아마추어 선수뿐만 아니라 골프 애호가도 귀가 솔깃해지는 ‘팁’이다.

이예원은 “많이는 아니고 50~100개 정도 꾸준히 한다. 강하게 할 때도 있고, 리듬을 맞추는 데 집중하기도 한다. 과거 코치님께서 빈스윙은 비거리와 정확도를 모두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티샷 정확도를 높이면, 다음 샷이 편하다. 볼 컨트롤도 잘할 수 있다.

그는 “최근에 새 코치님께 배우고 있는데, 그린주변 어프로치를 어렵게 생각했다. 그 방법을 알려주셔서 하다보니 깨달은 게 있다. 덕분에 이번대회에서는 러프에서 실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교함에 섬세함을 장착했으니 우승이라는 최상의 결과가 따라왔다.

최종라운드 당일(13일) 아침에 눈도 잘 떠지고 기분이 좋아 산뜻한 마음으로 출발해 연장 접전 끝에 ‘루키’ 김민선7(20·대방건설)을 제치고 우승했다. 그는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 때) 연장에서 패한 뒤 배움이 많았다. 떨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이번에도 연장전이 결정된 뒤 떨렸지만, 지난번보다 자신감이 있었다. 차근차근 버디로 잘 마무리하자고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됐다”며 웃었다.

정규투어 2년차로 접어들었고, 국내 개막전(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승도 따냈으니 자신도 모르는 새 경험이 축적됐다. 그는 “지난해 우승을 못해 아쉬웠는데 멘탈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동계훈련 때 멘탈을 다스리는 데 집중했다. 정규투어에 적응해 자신감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분위기는 차분함을 준다. 때로 불안이나 긴장감이 엄습할 때도 있지만, 마음을 다잡으면 별것 아닌 일로 넘길 수도 있다. 생애 첫승을 따낸지 4개월여 만에 다승자 대열에 합류한 동력이다.

또 하나 포인트는 강도 높은 체력 훈련. 그는 “상반기가 끝난 뒤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샷이 많이 흔들리더라. 잘 쉬고, 잘 먹고, 상반기 때 스윙을 되찾는데 신경썼다. 하반기에도 체력을 유지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여름에 성적이 떨어져 올해 동계훈련은 강도높은 무더위로 악명높은 호주 퍼스로 다녀왔다. 그는 “전지훈련 중 라운드할 때 대회를 치르는 것처럼 집중했다. 나름 더위 적응훈련을 한 게 올여름을 버틴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이왕이면 메인 후원사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필요하다. 그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은 후원사 대회여서 잘하고 싶다. 블랙스톤도 좋아하는 골프장이다. 우승하고 싶다”며 “개인타이틀 욕심도 나지만, 올시즌 목표는 대상이다. 꾸준하게 플레이해서 대상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애 첫 우승이 제주도(2015년 소년체전 여자 초등부 단체전)였더라. 골프를 시작하고 처음 우승한 대회였다. 프로에서도 첫승하고, 생애 첫 다승도 제주에서 했다. 제주에서 강한 이유는 특별히 생각나지 않지만, 제주도를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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