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현지 내 성적이 지지부진하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영광은 이제 과거 일이 됐다. 이처럼 중국에서 실적 가뭄이 계속되자, 아모레퍼시픽은 북미, 일본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시장 내 성적이 부진한 한국 상품은 아모레퍼시픽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과거 중국에서 영광과 현재 저조한 매출은 크게 대조된다. 부진한 성적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다. 이에 더해 코로나 기간, 중국 젊은 소비자들을 주축으로 ‘애국 소비’ 트렌드가 거세지며, 중국 내에서 수입 브랜드보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더욱 커졌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5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59.3% 감소한 영업이익 64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91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6%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897억원으로 25.3% 줄어들었다. 아시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매출이 40% 이상 급락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그동안 중국 시장 내에서 의존도가 너무 깊었던 탓일까. 아모레퍼시픽은 엔데믹에 접어들고 수출 규제가 완화되던 1분기 면세 채널과 중국 시장 매출 부진 등이 주목받았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향후 시장 트렌드 변화에 대비한 제품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지만, 중국 현지 내 매출 회복세는 점점 둔화했다고 평가된다. 결국 올해 상반기 중국 리오프닝에 따라 수혜를 예상했던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면세 채널의 매출 부진, 해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 실적 둔화에 쓴맛을 봤다.

이 같은 실적 가뭄 속에 아모레퍼시픽은 새로운 탈출구로 북미, 일본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중국에서 실적 가뭄에 허덕인 것과 달리, 북미 시장 매출은 1분기 348억원에서 628억원으로 80% 증가해 숨통을 튀었다.

지역별 매출 비중 역시 아시아가 90.3%에서 78.8%로 뚝 떨어졌다. 반면 북미는 9.2%에서 18.0%까지 치고 올라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미의 가치와 중요성, 규모를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향후 중국과 비슷한 규모의 선진시장이라 분석된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북미로 본격적으로 매출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에서 잃어버린 시간 회복을 위해 북미 시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평가된다.

지난해 9월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미국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하고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매출 효자 브랜드인 라네즈, 설화수를 중심으로 더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힘을 쏟는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4050 중년 여성에게 고급 화장품이란 안정적인 상품 이미지를 포기하고, 북미에서 인지도가 있는 새 모델을 기용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의 신시장 개척을 위한 재정비로 해석된다.

특히 ‘엄마 화장품’ 이미지가 강한 ‘설화수’는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를 모델로 발탁해, 재단장의 의미를 더했다. 로제가 소속된 블랙핑크는 북미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출현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북미 시장에서 판로를 확대하고자 현지 유망 뷰티 업체를 추가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아모레퍼시픽)팀 담당이자,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대표의 장녀인 서민정(32) 씨가 돌연 휴직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 5월 서경배 회장이 장녀 서민정과 달리 차녀 서호정에게 지분 2.5%를 증여해 승계 과정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지만,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차녀 서호정 씨가 경영일선에 참여한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 일축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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