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註 : 50년 전인 1973년 5월, ‘선데이서울’의 지면을 장식한 연예계 화제와 이런저런 세상 풍속도를 돌아본다.

[스포츠서울] 자신이 묻힐 무덤을 손수 파놓고, 조문객에게 대접할 음식까지 준비해두고 세상을 떠난 어느 독거 노인의 쓸쓸한 죽음이 ‘선데이서울’ 240호(1973년 5월 20일)에 소개됐다.

50년 전 5월, 강원도 평창 경찰서는 81세 노인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사인은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났다. 가족은 물론 일가 친척조차 없었던 이 노인은 구호양곡을 받아 어렵게 살았다. 그런 그가 떠날 날을 받아놓고 생전에 해둔 장례 준비에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력이 쇠잔해진 노인은 사망 두어 달 전부터 집 근처에 자신이 묻힐 묘혈(墓穴)을 판 후 다듬고 단장까지 해 놓았다. 또 집에는 자신이 죽은 뒤 장례에 참여할 사람들이 먹을 식량까지 남겨 두었다는 것.

나이가 나이인지라 노인에겐 ‘버려지는 죽음’이 두렵고 걱정이었을 것이다. 생전에 준비할 수 없는 장례로 남에게 폐를 끼칠까 마지막까지 애썼던 마음을 읽을 수 있지만 가슴 아픈 일이다.

얼마 전, TV다큐멘터리 기행 프로그램에서 본 한 장면이다. 깊은 산속 사찰에서 홀로 수행하는 스님을 찾아간 취재진은 가지런히 쌓아둔 나무 더미에 붙어 있는 표찰 하나를 발견했다. 거기에 쓰여있는 글자는 ‘다비목’(茶毘木)이었다.

취재진이 “스님, 이게 뭐예요?”하고 물었다. 스님은 “내가 떠나면 다비할 나무지요. 산중에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그런 것까지 짐을 지울 수는 없지요”라고 답했다. 다비는 불교식 화장의식으로 스님이 세상을 떠나면 ‘다비식’을 열어 화장한다. 스님은 자신의 육신을 태울 나무를 스스로 준비해둔 거라고 했다.

스님도 그 노인처럼 혼자의 삶이라 자신이 떠난 후 남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50년 전 스스로 장례를 준비한 노인, 산중에서 담담하게 다비목을 준비해둔 스님의 모습에 먹먹해진다.

5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세상의 무관심 속에 홀로 죽음을 맞는 이들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서 무려 3378명이 홀로 세상을 떠났다. 하루 평균 9.3명꼴이다.

1인 가구수도 전체 가구의 33.4%로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이다. ‘가정의 달’인 5월, 쓸쓸한 마침표를 준비 중인 이들은 없는지, 가까운 주변을 둘러볼 일이다.

자유기고가 로마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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