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마치 두 발로 사다리를 오르듯 ‘한국산 괴물 수비수’의 유럽 커리어 성장 속도가 빠르다. 축구국가대표 센터백 김민재(27·나폴리)가 한국 센터백 최초로 ‘빅리그 빅클럽’ 입단에 성공할 것인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매체 ‘일 마티노’를 인용해 ‘맨유가 나폴리 수비수 김민재와 계약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다수 유럽 언론이 같은 날 김민재의 맨유행을 점쳤는데, ‘일 마티노’에 따르면 양측은 큰 틀에서 합의를 마쳤다. 나폴리는 일찌감치 김민재의 대체자 찾기에 나섰다. 다만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김민재가 지난해 12월 이후 지속해서 맨유 영입 리스트에 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는 어떠한 것도 결정된 건 없다”며 섣부른 예측을 경계했다.

빅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거듭난 김민재를 향한 주요 클럽 구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현 상황을 예상한 듯 그는 나폴리와 계약할 때 바이아웃 조항(이적 가능 최소 금액)을 뒀다. 이를 충족하고 김민재가 원하면 나폴리가 막을 수 없다. 다만 올 시즌 세리에A 우승을 경험한 만큼 그의 선택지는 오로지 ‘빅리그 빅클럽’이 되리라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오랜 시간 그의 영입에 공을 들이는 맨유행이 유력해 보이는 이유다.

특히 맨유는 센터백 보강이 시급하다. 라파엘 바란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잦은 부상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해리 매과이어는 치명적인 실수를 반복하며 신뢰를 잃었다. 키 190cm, 몸무게 87kg인 김민재는 우월한 신체 조건과 더불어 발기술이 좋고 스피드를 지녔다. 강한 수비는 물론 빌드업 능력을 지닌 수비수를 선호하는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에게 적합한 자원이다. 무엇보다 올 시즌 나폴리에서 주도적인 활약으로 0점대 실점률(16일 기준 현재 35경기 25실점)과 더불어 팀을 33년 만에 세리에A 정상으로 이끌었다. 빅리그에서 완벽히 검증된 수비수로 수비 재건에 이만한 적임자가 없다.

◇‘1년 주기’ 튀르키예→세리에A→EPL 빅클럽?

2017년 K리그1 전북 현대에서 프로로 데뷔하고 그해 A대표팀에 뽑힌 김민재는 일찌감치 대형 수비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다가 2019년 1월 유럽 진출 가능성이 점쳐진 그는 350만 유로(50억 원) 수준의 연봉을 제시한 중국 베이징 궈안을 선택했다. 국내 다수 팬은 ‘돈 때문에 유럽행을 포기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가 됐다. 학창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선배 축구화를 물려 신을 정도로 고생한 김민재는 베이징의 좋은 대우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가족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뒤 2021년 여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를 통해 마음 한쪽에 있던 유럽 진출 꿈을 이뤘다. 그것도 유럽리거로 거듭나기 위해 베이징에서 받은 연봉의 30% 이상 삭감을 감수했다.

거짓말처럼 진화를 거듭했다. 페네르바체 입단 첫 시즌 만에 진가를 알린 그는 지난해 여름 나폴리 유니폼을 입으며 ‘빅리그 수비수’로 올라섰다. 올 시즌 강력한 수비 뿐 아니라 패스 성공률 91%를 기록, 공격의 시발점 구실도 했다. 올 여름 빅리그 빅클럽 입단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1년 주기’ 유럽에서 초고속 승진 기세를 뽐내고 있다.

‘트랜스퍼 마르크트’에 따르면 김민재는 페네르바체 입단 당시 몸값이 650만 유로(94억 원)에 불과했다. 1년 뒤 나폴리로 이적하며 2500만 유로(363억 원)가 됐고, 올 시즌엔 5000만 유로(727억 원)에 달한다. 2년도 안 돼 몸값이 8배가량 수직 상승한 것이다. 그의 바이아웃 금액은 5000~6000만 유로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 마티노’에 따르면 맨유는 이 조건에 충족하는 이적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박지성도 지원사격? 맨유 ‘원조 국민구단’ 부활할까

한국 센터백 중 빅리그를 밟은 건 김민재 이전에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3년(2013~2016)을 보낸 홍정호(전북)가 있다. 그러나 빅클럽에 입단은 전무하다. 올 시즌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김민재의 행선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당분간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의 맨유행이 확정, 발표되면 한국 축구사의 기념비적인 일이다.

EPL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맨유 구단은 2005~2012년 선수로 뛰고 앰버서더로도 활동한 박지성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에게도 김민재에 관해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어드바이저도 그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올 여름 맨유 유니폼을 입으면 박 어드바이저 이후 19년 만에 ‘한국인 맨유 선수’가 된다. 박 어드바이저가 뛸 당시 맨유는 ‘국민구단’으로 불리며 방한 경기도 했다. 김민재가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으면 제2 신드롬을 일으킬 수도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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