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배우 도우(27)가 오랜 공백기를 딛고 연기활동 2막을 새롭게 열 채비를 마쳤다.

지난 2014년 tvN 드라마 ‘일리있는 사랑’으로 데뷔, MBC ‘여자를 울려’(2015), KBS2 ‘무림학교’(2016), SBS ‘우리 갑순이’(2016)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나갔던 그는 군복무와 학업(한예종 영화과)을 위해 잠시 연기활동을 중단했다.

2021년 방송예정이던 드라마 ‘디어엠’으로 복귀를 알렸지만 주연배우 박혜수의 학폭 논란으로 방송이 무산되면서 다시금 방황의 시기를 보냈다.

“‘디어엠’ 사전제작을 마치고 방영일만 기다렸는데 끝내 방송이 무산되면서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했다. 당시 코로나19가 극심하던 시기라 상당히 침울했다. 그렇게 1년간 원치 않는 휴식기를 보낸 뒤 지금 회사(VAST엔터테인먼트)에서 새출발하게 됐다.”

새로운 회사에서 도우에게 처음으로 추천한 드라마가 티빙 ‘비의도적 연애담’이었다. 피비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비의도적 연애담’은 BL(보이즈 러브·Boys Love)물이다.

남자 배우들이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장르지만 도우는 “원작도, 시놉시스도 재미있게 읽었다. BL물이라고 거부감이 들만큼 자극적이지도 않았다. 오디션을 봐도 안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갔는데 다행히 ‘동희’ 역에 낙점됐다”고 밝혔다.

극중 동희는 사교성 좋은 카페 사장이다. 활발한 성격 덕분에 까칠하고 예민한 도예가 태준(차서원 분)이 스스럼 없이 자신의 고민을 토로할만큼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남모를 상처를 품고 있는 동희는 자신에게 고백하는 소꿉친구 고호태(원태민 분)를 거절하기도 한다.

훤칠한 키와 외모를 지닌 네 남자가 아옹다옹 연기를 하는 이 드라마는 원작은 물론 드라마에서도 숱한 여성 팬을 양산했다. 그 뒤에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네 남자의 ‘동거동락’이 숨어있었다.

“‘비의도적 연애담’에 나오는 4명의 배우 모두 작품에 애틋함이 있다. 아무래도 출연자들이 또래고, 연습부터 촬영까지 타이트하다보니 모두 차서원 형 집에 모여 연극 준비하듯 연습을 했다. 지방 촬영 때도 같은 숙소를 쓰니 더욱 친해졌다. 서원이 형이 훈련소 입소 1주일을 남겨놓고 군복무 통지서를 받아 꿀팁을 전수할 시간도 없었다. 다행히 친형의 친구인 공명 형이 조교로 복무 중인 신병교육대로 입소한다고 해서 두 사람을 전화로 연결해줬다.”

도우는 ‘비의도적 연애담’에 출연하는 공찬과 원태민 등과 함께 최근 차서원의 면회를 다녀오기도 했다. 도우는 “요즘은 군에 배달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치킨을 비롯해서 형이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배달시켰다. 내가 2018년 세종시에 있는 32사단에서 복무했는데 그 때와 달리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삼형제 모두 한림예고 출신, 독립운동가 손녀 어머니가 직접 ‘도우’로 개명해줘

도우가 연기자가 된 건 연극배우로 활동 중인 친형 한종두의 영향이 컸다. 중학교 시절 형이 재학 중인 한림예고 축제를 구경 갔다가 학교 분위기에 압도됐다. 학교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동네 연기학원을 찾았다가 처음 접하는 연기의 재미에 푹 빠졌다.

특히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를 준비했던 경험은 졸업한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히 남아있다. 도우는 “당시 다른 예고에서도 연극 ‘이’를 준비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공연했는데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한 연예기획사 오디션에 붙어 계약까지 마쳤다. 연기자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작은 꿈이 생겼다.

도우는 친동생까지 한림예고를 졸업했다. 3형제가 모두 한림예고 출신이다. 동생은 연기가 적성이 맞지 않아 다른 길을 택했지만 형과 도우 모두 연기자로 활동 중이다.

3형제가 모두 연기를 가까이 할 수 있던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도우는 “어머니가 어릴 때 공연을 많이 보여주셨다. 본명이 한종영인데 활동을 시작한 뒤 드라마 ‘종영’ 같은 의미로 들려 이름을 개명하라고 권한 분도 어머니다. ‘도우’란 이름은 ‘비출 도’(燾) ‘집 우’(宇)자를 쓴다. ‘한국을 빛내는 배우’가 되라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이쯤되면 그의 어머니가 과거 연예계 활동을 꿈꿨나 싶지만 도우는 “전혀 연예계랑 관계없는 분이다”라며 “외증조 할아버지가 신흥무관학교 출신인 독립운동가 권오돈 님이다. 항상 집안 어르신들의 얘기를 많이 들려주셨다”고 말했다.

집안의 든든한 뒷받침, 주위의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적지않을 법 하지만 도우는 “조급해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군 제대 후에는 모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안 풀린 뒤 타격이 컸다. 그 뒤 조급함을 버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다행히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 연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인간 도우의 목표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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