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마요르카=정윤택통신원·김용일기자] 빅클럽을 유혹하는 ‘핫가이’다웠다.

스페인 라 리가 마요르카의 간판 미드필더 ‘골든보이’ 이강인(22)이 천재성을 발휘, 프로 데뷔 첫 멀티골을 쏘아올렸다. 그는 24일(한국시간) 스페인 마요르카에 있는 비지트 마요르카 에스타디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정규리그 30라운드 헤타페와 홈경기에 2선 요원으로 선발 출격해 2골을 책임지며 팀의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4~5호 골을 동시에 쏟아낸 그는 현재까지 5골4도움을 기록 중이다.

발렌시아 시절인 지난 2019년 1월12일 바야돌리드전에 교체 투입돼 라 리가 데뷔전을 치른 그는 프로 데뷔 다섯 시즌 만에 처음으로 한 경기 2골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데뷔골을 넣은 상대 역시 헤타페다. 2019년 9월26일 열린 2019~2020시즌 6라운드 홈경기(3-3 무)에서 헤타페를 상대로 2-1로 앞선 전반 39분 첫 골을 넣었다.

이강인은 이천수, 이호진, 박주영, 김영규에 이어 라 리가 무대를 밟은 역대 다섯 번째 한국 선수다. 그런데 멀티골을 해낸 건 그가 처음이다.

발렌시아 유스 출신으로 1군 데뷔에 성공했지만 출전 기회가 적어 2021년 여름 마요르카에 새 둥지를 튼 그는 그야말로 커리어 전환점이 됐다. 지난 시즌 라 리가에서만 30경기(선발 15회·1골 2도움)를 뛰며 진정한 빅리거로 거듭나더니 올 시즌엔 현재까지 뛴 29경기 중 27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그리고 데뷔 첫 멀티골에 이어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도 눈앞에 뒀다.

마요르카는 이날 전반 22분 상대 공격수 보르하 마요랄에게 왼발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강인이 후반 11분 동점골을 해냈다. 동료의 왼발 슛을 상대 골키퍼가 쳐내자 재빠르게 달려들어 리바운드 슛을 시도해 골문을 갈랐다.

마요르카는 이강인의 동점골이 터지고 8분이 지나 역전에 성공했다. 코너킥 기회에서 안토니오 라이요가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상대 추격 의지를 꺾은 것도 이강인이다. 후반 추가 시간 상대 공을 끊어낸 뒤 역습으로 돌아선 상황.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은 그는 상대 페널티에어리어까지 60여m 폭풍 같은 드리블을 펼쳤다. 이어 골키퍼를 보고 강력한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빠르고 간결한 드리블, 환상적인 마무리까지. 마요르카 팬 모두 이강인에게 매료된 순간이었다.

마요르카는 2연승으로 승점 40(11승7무12패)을 기록하면서 10위로 점프, 올 시즌 최소 목표인 1부 잔류에 가까워졌다. 잔여 8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현재 강등권인 18위 발렌시아(승점 30)와 승점 격차가 10이다.

이강인은 경기 직후 구단을 통해 “(내 공격포인트 등) 숫자보다 우리가 팀으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장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골 직후 인중을 오른 검지로 문지르는 골 뒤풀이를 펼쳤다. 이에 대해 “누나 보라고 했다. 항상 내게 골을 넣으라고 한다”고 웃었다.

이강인은 올 여름 이적이 유력하다. 라 리가 활약은 물론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16강 주역으로 뛰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5대 리그 주요 빅클럽이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지난 겨울 마요르카 구단이 타 팀의 이적 협상 제안을 일방적으로 거부하자 구단 소셜 미디어 계정을 언팔(팔로우 해지)하는 등 공개적으로 불만을 보였다. 당시 알폰소 디아즈 CEO는 스포츠서울을 통해 “이강인은 팀 목표를 위해 중요한 선수”라며 이적 불가 방침을 표명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강인의 가치가 치솟고 1700만 유로(249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 그의 바이아웃 금액을 충족할 의지가 있는 구단이 나오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와 2025년 6월까지 계약돼 있는데, 이미 타 팀 이적에 합의했다는 현지 보도도 나온다.

새 도전 의지를 보이는 이강인의 최근 퍼포먼스는 그를 영입하고 싶은 구단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다. 디아즈 CEO는 이날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이강인 이적 관련 질문에 말을 아꼈다. 그는 “팀이 (1부 잔류를 두고) 중요한 시기이니 이강인과 관련한 입장은 5월 중순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강인 역시 민감한 시기인 만큼 공식 인터뷰 외에 공동취재구역을 그대로 빠져나갔고, 팬과 접촉도 피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