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한국시리즈 준비하는 SSG 추신수
SSG 추신수가 지난해 10월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2군과 연습 경기에서 클리닝타임 때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이렇게까지 ‘역풍’이 불 것이라 예상이나 했을까. 설 연휴를 발칵 뒤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SG 베테랑 추신수(41)의 발언 때문이다. 리그 전체로 봐도 맏형. 베테랑의 소신발언이 나왔다.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러모로 아쉽다. 맥을 잘못 짚은 모양새다.

추신수는 21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지역 라디오에 출연해 잔심발언을 쏟아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를 말했고, 세대교체를 말했다. 그 과정에서 안우진(24·키움)의 이야기도 나왔다. “김현수, 김광현, 양현종을 뽑을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안우진, 문동주 같은 어린 선수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봐야 한다”고도 했다.

우선 짚을 부분이 있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안우진과 문동주 ‘대신’ 뽑은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국가를 위해 희생하기 위해 나선다. 실력도 여전히 최상급이고, 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의 ‘멘토’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즉, 리더라는 의미다.

대표팀은 구심점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저 젊고, 어린 선수들만 대거 발탁한다고 해서 ‘알아서’ 크지는 않는다. 베테랑이 필요한 이유다. 국제대회라고 다를 리 없다. 이들도 자신들의 나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간다. 오히려 선배들의 선의를 또 다른 선배가 폄훼한 그림이 됐다.

일본 이야기도 했다. “가장 가까운 일본만 봐도 국제대회를 하면 새로운 얼굴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우리도 투수 쪽은 새얼굴이 적지 않다. 2000년 이후 출생자도 4명이 있다. 25세로 끊어도 11명이나 된다. 세대교체를 ‘놓은’ 것이 아니다. 거꾸로 일본 또한 다르빗슈 유라는 베테랑이 나선다. 1986년생으로 김현수-김광현-양현종보다 더 나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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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다르빗슈 유. 2023 WBC 일본 대표팀으로 뛴다. 사진 | 필라델피아=AFP연합뉴스

무엇보다 한국야구는 이번 WBC에 사활을 걸었다. 국제대회를 통해 국내에 다시 야구 붐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당연히 좋은 성적은 기본이다. 나이와 무관하게 좋은 선수는 뽑는 것이 맞다. 동시에 국제대회는 WBC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우진에 대한 발언도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은 용서가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일단 시대가 예전과 변했다. 전에는 물의를 일으켜도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하면 응원을 해줬다. 이제는 아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선수 선발 논란이 일었고, 금메달까지 따고도 KBO 총재와 대표팀 감독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굴욕을 맛봤다. 여러 의미로 상징적 사건이다.

안우진의 경우 KBO리그 생활에는 문제가 없다. 추신수의 말처럼 처벌도 받았고, 출장정지 징계도 소화했다. 아마 시절 학교폭력으로 인해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수 없는 처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WBSC) 및 대한체육회와 무관한 WBC이기는 해도 결국 같은 선에 걸린다.

이강철 감독과 기술위원회에서도 안우진의 발탁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작정하고’ 안 뽑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야구만 잘하면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가 된다’는 이미지를 학생 선수들, 나아가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재차 강조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무엇보다 아직 피해자들 전원으로부터 용서를 완전히 받지는 못한 상태다. 용서는 ‘야구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하는 것이다.

[포토]키움 선발 안우진의 역투
키움 안우진이 지난해 11월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문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거물답게 KBO리그에 온 이후에도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데 거침이 없다. 실제로 추신수의 한마디에 잠실구장이 환골탈태 하기도 했다. 베테랑의 작심발언이 필요한 이유다. 동시에 추신수는 수많은 기부를 통해 박수도 무수히 많이 받았다.

다만, 이번에는 뭔가 아쉽다. 선수들은 WBC를 앞두고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응원을 해줘도 부족할 판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쓴소리를 한 셈이 됐다. 혹자는 ‘전형적인 미국식 사고’라고도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스타일이 전세계 ‘유일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무수히 많은 야구인들이 하고 싶지만 못했던 말을 추신수가 대신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별 이야기가 없었다면 그에 대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베테랑들의 소신발언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해야 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김동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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