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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봤니? 푼돈으로 방금 내가 쟤 하늘이 됐어.”

스스로 대본 한줄 못 쓰는 기상 캐스터는 돈으로 고용한 대필작가에게 휴가를 주며 이렇게 비웃는다.

화면 밖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이죽대는 연기의 주인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빌런 연진을 연기한 배우 임지연은 2011년 데뷔 이래 가장 주목받고 있다. 그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전라연기를 펼친 영화 ‘인간중독’(2014) 때보다도 더욱 뜨거운 관심이다.

임지연이 연기한 연진은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같은 삶을 사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학창 시절 잔혹한 학교폭력으로 급우를 괴롭힌 과거는 물론, 원고대필, 불륜 등 법과 도덕의 경계를 교묘히 비웃는 이중성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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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은 재력가인 남편 도영(정성일 분) 앞에서 거짓된 미소를 짓는 ‘내조의 여왕’이지만 자신의 과거를 아는 학창시절 친구들 앞이나 직장에서는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곤 한다. 그러던 중 자신이 괴롭힌 동은(송혜교 분)이 딸의 담임교사로 부임하자 초조함과 불안함을 드러낸다.

지난 달 30일 ‘더 글로리’ 파트1의 1회부터 8회가 공개된 뒤 주인공 송혜교의 연기변신과 더불어 임지연의 빌런 연기도 화제를 모았다. 예쁘장한 얼굴로 상냥하게 미소짓던 연진이 독기를 품고 썩소(썩은 미소)를 짓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소름이 돋는다. 일부 시청자들은 “한국판 여성 조커의 탄생”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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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뿐만 아니다. ‘더 글로리’에서 어린 연진 역을 연기한 신예은 역시 그간 ‘시청률 부진의 여왕’이라는 오명을 벗고 재조명받고 있다.

신예은이 연기한 어린 연진은 동은(정지소 분)에게 직간접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학교폭력 주동자다. 연진의 눈짓에 그의 무리인 재준, 명오, 사라, 혜정 등은 동은을 잡고 고데기로 그의 사지를 지진다. 남자인 재준과 명오는 성적인 접촉도 마다않는다.

청순한 이미지의 신예은은 교복을 입은 채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잔혹한 학교폭력을 사주하는 연진의 소름끼치는 모습을 소화해내며 변신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학교폭력 가해자 무리 중의 한명인 재준 역의 박성훈, 사라 역의 김히어라 등도 성공적인 연기변신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간 부드러운 이미지보다 임팩트있는 악역 연기 한방이 더욱 깊은 인상을 준 셈이다.

◇매력있는 악역, 연기자로 각인되는 최고의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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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입장에서는 악랄하지만 매력있는 악역은 이미지 변신에 최적화된 캐릭터다. 성공적인 연기변신을 이뤘을 때 시청자 반응이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2020~2022)의 주역들인 김소연, 이지아, 유진, 엄기준 등은 극중 악인 연기를 찰떡같이 소화해내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천서진 역의 김소연은 2021년 SBS연기대상에서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친근한 미소가 돋보이는 배우 이유리도 악역으로 대상을 수상한 사례다. 그는 2013년 방송된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악녀 연민정 역으로 그해 MBC 연기대상의 대상을 수상했다. 방송가에서는 주인공 장보리보다 연민정이 더 유명해진 드라마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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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도 임팩트있는 악역을 찾는 연기자들이 늘고 있다.

배우 서인국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늑대사냥’에서 일급 살인 수배자 박종두로 분해 연기 인생 중 가장 강력한 변신을 꾀했다. 서인국의 열연에 힘입어 ‘늑대사냥’은 제47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배우 임시완 역시 영화 ‘비상선언’에서 비행기 안에 생화학 바이러스를 살포하는 사이코패스 테러범 연기로 각광받았다. 말간 얼굴과 달리 광기어린 눈빛에 압도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연배우인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넷플릭스, SBS, TCO(주)더콘텐츠온,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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