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 잘 좀 봐주세요!\' 수베로 감독[포토]
한화 수베로 감독.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포항=김동영기자] 야구 경기에서 실책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대세에 영향을 미치는 ‘클러치 에러’가 있고, 어느 정도 고려할 수 있는 실책도 있다. 선수들이 허탈한 혹은 멋쩍은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이런 표정을 곱게 보지 않는다. 특히 응원하는 팬들은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이 당부 아닌 당부를 남겼다.

28일 포항구장에서 만난 수베로 감독은 “솔직하게 말하겠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다. 나는 한국 문화를 존중한다. 내가 본 한국 문화는 누군가 실수를 했을 때 ‘괜찮다. 오늘 하루 실수가 나왔다. 다음에 괜찮을 것이다’고 격려하는 문화다. 그런 모습을 가장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들도 내부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실책을 하면 당연히 힘들다. 특히나 스트레스가 심하다. 겉으로 웃을 수는 있지만, 내 눈에는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진다. 압박이 정말 강하다. 팬들께서 화면에서 볼 때 ‘실책하고 웃어?’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속은 썩어문드러진다. 이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7일 경기를 두고 한 말이다. 포항 삼성전에서 4회말 2사 만루에서 호세 피렐라가 3루 강습 타구를 날렸다. 3루수 김태연이 공을 한 번 자기 앞으로 떨어뜨린 후 다시 잡었다. 이후 송구가 2루로 향했다.

1루로 가는 것이 더 최선으로 보였다. 어쨌든 공은 2루로 갔다. 그러나 2루수 정은원이 미처 베이스를 커버하지 못했다. 베이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베이스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잡았고, 곧바로 1루로 송구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피렐라가 세이프 됐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로 정정됐다. 3-2에서 3-3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음 오재일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아 스코어 3-6으로 벌어졌다.

3루수 김태연의 실수있고, 2루수 정은원의 실수이기도 했다. 상황 발생 후 TV 화면에 김태연이 웃고 있는 것이 잡혔다. ‘이게 뭐지?’ 하는 표정이었다. 이를 두고 비판이 일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뭘 잘했다고 웃는 것이냐’ 하는 팬들의 분노다.

그러나 실책을 하고 진심으로 웃는 선수는 없다.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김태연-정은원 케이스도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을 감쌌다. “김태연과 정은원의 소통 부재가 있었다. 시프트를 할 때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팬들도 이해를 하셨으면 한다. TV 화면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얼마나 답답하겠나. 벤치에 있는 내게 전달이 됐을 정도다. 생각과 실제 경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이 무작정 싸고 돌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태연은 1루로 던지는 것이 최선이라 했고, 정은원은 정은원대로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어야 했다고 짚었다. 김태연과 정은원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었을 가능성이 높다.

‘속이 썩어문드러진다’는 표현까지 썼다. 웃을 수는 있지만, ‘개념 없이’ 웃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팬들의 너그러움이 필요할 때다. 지고 싶은 선수 없고, 실수하고 싶어 하는 선수 없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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