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 창과 창 컷

[스포츠서울 | 고진현전문기자]작은 창문으로 보는 큰 세상을 아시나요. 큰 창문으로 보던 세상을 한 번쯤 작은 창문을 통해 내다보면 세상이 새롭고 달라져 보일 게다. 무관심한 시선이 놓쳤던 세상의 진면목이 애정있는 관점에 다시 살아나 새록새록 다가오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작은 창문을 화두로 꺼내든 이유는 기대를 안고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도 급락에 대해 정치 문외한이 끼어들어 한마디 하고 싶어서다. 진영논리에 젖어 있고 정치공학적 셈법에 길들여진 한국 정치의 낡은 리더십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스포츠에서 회자되는 유용한 리더십이 작은 창문으로 바라보는 큰 세상의 신선한 독법(讀法)이 될 수도 있다는 게 필자의 기대섞인 판단이다.

윤 정부의 허니문 기간이 예상보다 짧았던 요인은 인사와 민생, 크게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아무래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 헛발질이 잇따랐고, 예측가능했던 세계적 경제위기에 발빠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해 국민들의 실망이 컸던 모양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사실 윤 정부의 태생적 한계와 맞닿아 있다. 단기필마로 꿈을 이룬 윤 대통령이 초대 내각구성이나 대통령실 참모진 인사에서 파열음을 낸 건 안타깝지만 충분히 예상됐던 바다. 강골 검사로만 살아왔던 사람이 정부를 구성하는 인재풀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을 뿐더러 정권창출에 기여했던 사람들의 드센 자기 목소리에 인사 파열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싶다. 짧은 시간에 무늬와 결이 다른 사람들과 ‘원 팀(one team)’을 이루며 조직력을 발휘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변명과 핑계는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 대통령은 책임윤리가 요구되는 그런 자리이며 더욱이 지금은 국가의 명운이 달린 총체적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지지도 하락은 인사와 민생에서 생긴 균열로 비롯됐고,이 두 요인의 기저에는 뭔가 모르게 겉돌고 있는 듯한 대통령과 참모진 사이의 허술한 조직력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각자를 놓고 볼 때 차고 넘치는 재능이 있겠지만 중요한 건 ‘원 팀’이 뿜어내는 조직력이다. 스포츠에서 조직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전에는 ‘팀 워크’로 불려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 중요성과 함의를 강조하면서 ‘팀 케미스트리(team chemistry)’라는 용어로 바꿔 쓰고 있는 추세다. 전력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의 물리적 총합을 뛰어넘어 화학적 반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뿜어내는 게 바로 ‘팀 케미스트리’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스포츠에서 ‘팀 케미스트리’는 전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지지도 하락에 언 가슴을 쓸어내리는 윤석열 정부도 이 참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예상을 뛰어넘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팀 케미스트리’를 키우는 리더십을 장착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의도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게 리더십의 정수(精髓)라고 봤을 때, 국민들을 설득하기에 앞서 우선 대통령과 내각 그리고 참모진 사이의 케미스트리 강화가 시급하다.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건 역시 파편화된 개인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강한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그 리더십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폭발적 에너지를 분출할 때 우리는 하나가 되고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우승팀에는 늘 그렇듯 남다른 ‘팀 케미스트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개인의 재능은 경기를 이기게 할 수는 있지만 결코 우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위기를 극복하는 ‘원 팀’의 케미스트리, 윤석열 정부가 명심하고 배워야 할 스포츠 리더십의 핵심이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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