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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BO리그 4년째인데, 가슴에 응어리가 있다.”
시종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한 자세로 정성껏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마운드 위에서는 야수 같지만, 세심함을 갖춘 상냥한 에이스라는 인상을 받았다. LG 케이시 켈리(33)가 KBO리그 데뷔 4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정조준했다.
켈리는 11일 현재 KBO리그 ‘톱 클래스’ 투수다. 다승 1위(12승) 평균자책점 4위(2.28) 승률 1위(0.923) 등에 올라 있다. LG가 정규시즌 3위로 선두 SSG를 4경기 차로 추격하는 데 켈리의 지분이 상당하다. 그는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치른 두산과 원정경기에서도 6이닝 산발 5안타 무실점으로 완승을 견인했다.
공을 쉽게 쉽게 던진다. 전문용어로 ‘피칭 터널’로 부르는데, 몇가지 구종이 일정 구간 같은 궤적을 그리는 것을 뜻한다. 타자가 구종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 켈리는 조금 다르다. 실제로 일정한 구간을 같은 궤적으로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심리를 활용하는 투구여서 더 눈길을 끈다.
가령 높은 코스에 포심 패스트볼을 찔러 넣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같은 높이로 날아들 것 같은 커브로 스윙을 끌어낸다. 손쉽게 2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뒤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헛스윙이든 범타든 상황에 맞게 요리한다.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이 1.06에 불과하고, 16경기에서 이닝당 평균 15개가 채 안되는 공을 던질만큼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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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는 이 모든 성과를 “(유)강남이 덕분”이라고 포수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를테면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는 것,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강남이가 가진 정보와 확신을 믿고 사인대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물론 나도 KBO리그에서 네 시즌을 치르면서 체득한 타자에 대한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대체로 강남이와 의견이 일치된다”고 끝까지(?) 포수 덕을 했다.
경기 전 경기운영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경기 도중 변하는 상대 노림수에 맞게 패턴을 변경하는 능력 역시 포수와 찰떡궁합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73연속경기 5이닝 이상 던진 꾸준함도 “극비사항”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 뒤에 리그 톱 클래스 야수들이 버티고 있다. 야수들을 믿고 공격적으로 던지다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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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모으고 공손한 자세로 답하던 켈리가 처음으로 손을 푼 순간은 순위싸움에 대한 부담감을 말할 때였다. LG도 좀처럼 지지 않는 견고한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1, 2위인 SSG와 키움도 만만치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켈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며 “상위팀 결과보다 오늘 우리 경기에 집중하는 쪽이 맞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은 등판할 때마다 효율적인 투구로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뿐이다. 승패는 내가 관장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지난 3년간 LG는 포스트시즌 상위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내지 못한 한(恨)이 모두의 가슴 속에 응어리로 맺혀있다. 올해는 나와 팀 트윈스에게 한을 풀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즌 20승, 평균자책점 1위 등의 개인 타이틀보다 한국시리즈 우승반지가 더 절실하다는 뜻이다. 켈리는 트윈스의 에이스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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