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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을 치른 박원재 코치.제공 | 전북 현대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저도 이렇게 펑펑 울 줄 몰랐네요.”

박원재(38) 전북 현대 코치는 19일 K리그 1개막전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지난 2019년9월28일 수원 삼성전을 끝으로 실전에 나서지 않았고, 2020년부터는 플레잉코치를 맡아 벤치에 앉기도 했지만 경기에는 나서지 않았다. 박 코치에게는 876일 전 치른 경기가 은퇴경기였던 셈이다. 은퇴식이 미뤄진 이유는 국내 코로나19 상황 때문이었다.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면서 은퇴식을 열 타이밍이 애매해졌다. 결국 전북은 박 코치가 가장 크게 박수 받고 떠날 수 있는 경기에서 행사를 열기로 했다.

마이크를 잡은 박 코치는 울었다. 감정이 올라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박 코치는 “제 영상을 보고 나니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더라.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나면서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사실 은퇴식을 하기 전 울지 말자고 생각했다. 은퇴한지 한참 됐기 때문에 괜찮을 줄 알았다. 와이프도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결국 울어버렸다. 와이프와 딸은 굉장히 해맑게 제가 우는 모습을 지켜봐서 민망했다. 사람들은 제가 어디 떠나는 줄 알고 연락을 많이 하더라. 지금도 민망하고 부끄럽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무려 12년. 박 코치는 지난 2010년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전북 왕조’의 시작에 그가 있었다. 선수로, 그리고 코치로 여전히 그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코치는 “정말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라면서 “전북을 떠난다는 생각도, 떠날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전북은 제 축구인생에 있어 절대적이다. 전북과 함께 많은 것을 이뤘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팀이다. 있으면 있을수록 전북을 향한 애정은 더 커져간다. 지금도 코치로 일하고 있지만 팀을 여전히 너무 좋아한다. 서포터 분들께 절을 한 것도 진심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이 팀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우여곡절이 많은 축구 인생이었다. 박 코치는 A매치에서 공을 강하게 맞아 기억을 잃은 적도 있고, 2015년에는 갑상선 암으로 수술을 받고 복귀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박 코치는 시련을 이겨내고 피치에 다시 섰다. 투지와 성실함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후배 최철순이 ‘최투지’로 불리지만 박 코치도 만만치 않은 캐릭터였다. 박 코치는 “선수 시절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늘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후회는 없는 것 같다”라면서 “많은 분들께서 축구선수 박원재를 투지가 있던 선수, 늘 성실하게 팀을 위해 헌신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박 코치는 정식 코치로 ‘김상식 사단’에 합류해 전북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전북 DNA를 갖춘 지도자로 김 감독을 보좌해 선수들과의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 친근한 형으로 선수들을 다독이며 전북이 왕좌를 지키는 데 소금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박 코치는 “늘 책임감을 느낀다. 전북 선수 출신으로 은퇴해 지도자까지 하고 있다. 김 감독님을 잘 보좌해야 한다. 제가 막내 코치라서 제일 바빠야 한다. 그런데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있다. 지도자로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올해에도 전북이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이야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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