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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강민이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타격훈련 도중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코로나와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SSG는 ‘불혹’인 선수가 두 명이나 있다.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팀의 주축 선수다. 인천에서만 22년째 프로야구 선수로 살고 있는 김강민(40)도 그중 한 명이다. 동갑내기 친구인 추신수가 올해도 SSG와 함께하게 돼 SSG 선수들은 “몸 관리 노하우를 배워서 형들처럼 마흔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30대 중반이면 ‘에이징 커브’ 논란에 빠지는 세태를 고려하면, 김강민과 추신수는 수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입지전적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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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 김강민(왼쪽)이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와 얘기를 나누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만난 김강민은 “올해 제주는 유난히 춥다. 훈련 때도 코치님들이 자꾸 ‘알아서 해’라는 말만 하신다. 나이를 먹은 설움”이라며 웃었다. 여전히 현역 최고의 중견수로 손꼽히는 김강민은 “벌크업을 해서 몸도 키워보고, 지난해부터는 조금 슬림한 몸매를 갖기 위해 체중 감량을 하는 등 나름의 생존 방법을 찾고 있다. 올해는 88㎏ 정도로 몸무게를 맞춰 놓고 시즌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30대 후반을 지나 40대로 접어들자 피로 회복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느낀 게 ‘가장 좋을 때 몸무게’로 돌아간 배경이다.

수년 전부터 은퇴 시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김강민은 “야구 못하면 은퇴해야 한다. 은퇴 시기에 대한 고민을 안 한게 아니다. 당장 은퇴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라면서도 “팬 없이 우울하게 은퇴식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코로나와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2001년 고졸(경북고) 신인으로 SK에 입단해 인천에서만 22년째 프로생활을 하고 있으니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는 얻고 싶은 게 김강민의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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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강민은 2001년부터 인천에서 프로선수로 22년째 생활하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그는 “와이번스에서 왕조의 일원으로도 뛰어봤고,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랜더스로 구단이 바뀐 뒤에도 선수단 지원도 너무 좋고, 정통성도 유지해주셔서 마음 같아서는 이(SSG) 유니폼을 입고 우승 한 번 하고 은퇴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연고지와 팀에 대한 애정이 불혹의 김강민을 여전히 ‘짐승’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외야수 전성시대의 산파 역할을 한 김강민은 “과거보다 인조잔디 구장도 많이 줄었고, 타구 강도가 좋아져 외야수비 가치가 높아진 게 수준급 외야수들이 등장한 배경이 아닌가 싶다”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탰다고 평가해주시는 건 너무 고마운 일”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자신의 후계자로 최지훈을 꼽은 김강민은 “내가 어릴 때와 비교하면 각 구단에 외야 전문 코치님도 많이 계셔서 체계적으로 훈련할 바탕도 마련됐다. 정답은 없지만, 타고난 재능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누구든 좋은 수비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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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이지만 김강민은 여전히 우승 주역으로 활약을 꿈꾸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스스로 “자꾸 게을러진다”며 자세를 낮춘 김강민은 “랜더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 감독님께 따로 부탁해 그라운드 위에서 유니폼을 입고 우승기 한 번만 보고 쿨하게 떠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김강민도 추신수처럼 아직은 야구와 이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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