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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섭 전북 현대 B팀 감독 및 전술코치.제공 | 전북 현대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김상식 감독님 때문에 선택했습니다.”

박진섭 전 FC서울 감독은 전북 현대 전술코치 및 B팀 감독으로 변신했다. 파격적인 인사다. 일반적으로 K리그에서 감독을 한 인물이 코치로 보직을 변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박 감독은 얼마 전까지 K리그의 빅클럽 서울을 이끌었던 지도자다. 한 번 감독을 경험한 사람은 보통 계속 감독을 하려고 한다. 코치로 일하는 것은 일종의 ‘강등’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

박 감독이 전북으로 가게 된 결정적 이유가 있다. 바로 김상식 전북 감독의 끈질긴 러브콜이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코치 보강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현 코칭스태프에 만족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더 강한 팀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박 감독이 야인이 됐고, 김 감독의 레이더에 들어왔다. 박 감독은 서울에서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광주에서는 승격을 이끌었다. 전술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는 육성 능력도 이미 검증됐다. 박 감독을 영입하면 동시에 여러 부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김 감독의 제안을 받은 박 감독은 망설였다. 몇 달 전까지 감독을 했으니 박 감독 입장에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 분명했다. 주변의 시선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김 감독 손을 잡았다. 박 감독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김상식 감독님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자칫 그림이 이상해질 수도 있는데 김 감독은 특유의 풍부한 아이디어로 자연스럽게 박 감독을 안착시켰다. 마침 전북이 올해부터 B팀을 운영하니 박 감독을 B팀 책임자로 정하고 1군에서는 전술코치를 맡게 하는 그림이었다. 기존 코칭스태프의 동의를 구했고 후배인 김두현 수석코치와의 관계 설정도 어색해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전북은 팀 ‘케미’를 깨지 않으면서 코칭스태프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켰다.

박 감독은 “향후 5년, 10년 후 전북을 이끌어 나갈 선수를 육성하겠다”라면서 “김상식 감독이 추구하는 화공축구를 구현할 전술도 함께 준비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김 감독은 “프로팀 전술의 디테일과 어린 선수들의 육성을 책임질 적임자다. 새로 합류한 박진섭 감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 1년 차를 보낸 초보 감독이다. 하지만 팀의 발전 방향을 그리는 안목이나 추진력은 연차를 뛰어넘는다. 박지성 어드바이저를 영입했던 것도 김 감독의 시나리오였다. 이번에도 김 감독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고도 ‘되겠나?’ 의심했던 인사를 성사시켰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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