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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상대의 전술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게 패인 중 하나였다.
올림픽대표팀은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다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0-1로 졌다. 90분 내내 경기를 주도하고 슛 횟수에서 12대2로 크게 앞섰음에도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패했다.
실점 장면에서의 집중력 부족, 기회를 살리지 못한 골 결정력 등이 아쉬웠지만 근본전 원인은 전술 대처 미흡이었다. 뉴질랜드는 이날 수비 일변도 작전으로 나왔다. 5-4-1 포메이션으로 스트라이커 크리스 우드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이 페널티박스 근처에 모여 수비에 집중하다 빠른 역습으로 나가는 전술을 구사했다. 빠르고 역동적인 한국의 공격을 의식한 듯 일단 실점하지 않는 데 힘을 쏟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뉴질랜드의 극단적 수비 전략에 선수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정적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파이널서드 지역에서 공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후방과 미드필드, 측면에서 공은 잘 돌았지만 페널티박스 근처까지는 자주 근접하지 못했다.
구조적 문제가 답답한 경기력에 한 몫 했다. 김학범 감독은 공수 밸런스를 잡기 위해 4-2-3-1, 혹은 이강인을 세컨드톱으로 두는 4-4-2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기본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볼란치)로 원두재, 김동현 두 명을 배치하는 전형이었다.
전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뉴질랜드가 5백으로 수비벽을 쌓는 흐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굳이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유지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축구는 결국 숫자 싸움이고, 골이 필요한 시점에는 공격수를 더 투입해 공격에 무게를 두는 게 효율적이다. 김동현이나 원두재, 둘 중 한 명만 3선에 두고 2선, 최전방을 강화했다면 득점 작업이 더 원활했을 가능성이 크다.
뉴질랜드의 역습을 우려해 투 볼란치를 세울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패스의 정확도가 높고 전진하는 능력이 좋은 정승원을 조기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었다. 정승원은 피지컬은 좋은 편이 아니지만 기동력이 있고 섬세한 플레이를 구사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0-1로 뒤진 시점에도 3선의 조합을 유지하다 후반 33분이 돼서야 정승원을 넣고 김동현을 투입했다. 상대에 맞는 기민한 대처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올림픽대표팀의 경우 데이터베이스가 적어 어떤 전술을 구사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결국 경기 도중 유연하게 전술을 바꿔가며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하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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