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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누크갤러리에서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정주영 개인전 ‘살과 금 Flesh and Fissure’이 그렇다.
멀리서 보면 무언지 알기 어렵다가도 한 발 더 다가서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한 빗금들과 그 빗금속에 감추어진 형상들이 나타난다. 나무, 바위, 풀 같은 이미지뿐 아니라 바람, 공기, 습도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정주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알프스 산과 들의 풍경을 담은 그림 19점과 추상화에 가까운 ‘무제’ 3점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의 자유가 사라진 지금,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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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난 2006년 알프스를 답사하면서 촬영한 사진들을 바탕으로 지난 2018년부터 알프스 연작들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서울 주변의 산을 주로 다뤄온 정주영 작가는 “시간에 대한 순환적 사고와 산(山) 풍경을 통해 느끼게 되는 반복되는 전형성이나 재현 구조를 통합해보려는 시도로 알프스 연작을 그리게 됐다”고 밝혔다.
정주영 작가는 “알프스는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의 경계선 충돌로 생긴 산맥으로, 암반이 바다에서 한꺼번에 떼를 지어 솟아오른 듯한 특수지형이다. 전시는 주로 이탈리아 북동쪽 돌로미티 지역의 돌산들을 그린 그림들로 구성됐다. 돌로미티의 바위들은 암석에 마그네슘, 칼슘, 철 등이 함유되어 있어 일출이나 일몰에 특히 붉게 보이곤 한다. 지각변동과 침식작용 끝에 생겨난 봉우리와 바위의 유기적이며 역동적인 형상은, 풍경과 얼굴, 정신과 몸에 빗대 그간 산 그림들을 그려왔던 생각의 궤적과 닮아 있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작가는 알프스의 역동적인 산과 바위를 통해 풍경화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편 정주영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수학하며 개념미술가 얀 디베츠(Jan Dibbets) 교수에게 사사받아 마이스터슐러를 취득했다. 1999년 금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래 17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소마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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