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S_0834
윤상현 작가가 달항아리 앞에 섰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30년 작업인생을 돌아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도예가 윤상현 작가의 변신이 주목받고 있다.

윤상현 작가는 최근 에이라운지에서 개최한 개인전 ‘기억의 방식’을 통해 30년 도예 인생에서 처음으로 달항아리를 선보였다.

달항아리는 한국만이 가진 고유의 미감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더욱 사랑받고 있는 도예다. 윤상현 작가는 기존 달항아리 방식에 특유의 결정유약을 더해 은은한 푸른빛이 마치 은하수같은 미감을 자랑하는 달항아리를 세상에 내놓아 컬렉터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시를 마치고 서울 용산구 해방촌 작업실로 다시 돌아온 윤상현 작가는 달항아리를 시도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윤상현 작가는 “대학생 때 고려 청자나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학교 때는 그 아름다움을 잘 몰랐다. 그러다 대학원생이던 어느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자기, 조선백자를 봤는데 가슴이 두근거릴만큼 아름다움이 전해져왔다. 이후 틈만 나면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고려, 조선자기를 보았다. 조선 달항아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 3년전부터 공부하면서 달항아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상현 작가의 작품은 섬세한 선과 형태, 몽환적인 색감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개성을 달항아리에도 접목했다.

“남들보다 선을 섬세하게 만들어낸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어떻게 하면 손끝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PHS_0839
물레의 대가 윤상현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반응은 뜨거웠다. 대형 달항아리가 수점이나 새로운 컬렉터의 낙점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라는 그다.

“달항아리는 제 30년 작업 인생을 돌아보면서 시도한 저에 대한 도전이었다. 첫 시도를 좋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달항아리에 결정유약을 더해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작업을 만들고 있다. 결정유약은 예민하고 까다로워서 같은 가마에서도 같은 게 하나도 없을 정도다. 까다로운만큼 아무나 시도할 수 없기에 더 매력을 느끼며 정진하고 있다.”

R658x0
윤상현의 달항아리. 제공|에이라운지

결정유약은 윤상현 작가의 시그니처다. 물레를 이용해 얇디 얇게 만든 도자기에 결정유약을 더해 마치 꽃이 핀듯, 별이 쏟아지는듯한 효과를 이끌어낸다. 국내에도 팬이 많지만 일본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뜨겁다.

윤상현 작가는 “코로나 전까지는 일본에서 전시를 꾸준히 했다. 그만큼 일본 관람객들이 제 작업을 좋아해주셨다. 국내에도 제 작업을 좋아해주시는 분이 꾸준하다. 이런 컬렉터분들 덕분에 오랜 세월 한 눈 팔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작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10607_171315334_14
윤상현 작가 다기. 제공|에이라운지

세상은 빠르게 돌아간다. 공예 트렌드도 어지러울만큼 휙휙 바뀐다. 그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심지를 가지고 자신의 보폭으로 길을 걷는다. 도예에 입문한 제자들에게 “다작을 하라”고 강조한다. 다작을 하다보면 매일 같은 자리인 것 같지만 조금씩 변화해 새로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저의 예전 작업도, 지금의 작업도 모두 윤상현의 작업이라고 이야기 해준다. 얼핏 보면 같으면서 또 모두 다른 작업들이다. 어느날 한순간 바뀐 게 아니라 조금씩 발전해왔다. 앞으로도 늘 새롭게 발전하고 기억될 수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 꾸준히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과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NID융합기술대학원 디자인박사를 수료한 윤상현 작가는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eggroll@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