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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무리 두산이라고 해도 외국인 원투펀치의 동반부진은 난제다. 게다가 에이스로 낙점한 투수가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면 정말 큰 문제다. 에이스의 부진은 마운드 전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이 아리엘 미란다(32)의 제구난조로 일찌감치 고개를 숙인 채 경기를 마쳤다.
미란다는 6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97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 1홈런 6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기록에서 드러나듯 볼넷이 문제였다. 미란다는 이날 구사한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스플리터 모두 영점을 잡는 데 실패했다. 마음대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구종이 없었고 마운드 위에서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 끝에 무너지고 말았다. 신속하게 2스트라이크를 잡고 두산 타자들을 돌려세운 LG 앤드류 수아레즈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최악은 2회초였다. 미란다는 첫 타자 김민성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볼넷 3개로 자멸했다. 무사 만루에서 홍창기에게 볼넷을 범해 허무하게 4점째를 내준 후 2점을 더 허용했다. 지난달 18일 LG와 승부에서는 탈삼진 7개, 볼넷 4개로 완벽한 제구는 아니더라도 구위로 돌파구를 마련해 무실점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스트라이크와 볼넷 비율이 거의 1대1(스트라이크 49개:볼 48개)을 이뤘고 결국 5회까지도 소화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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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란다와 원투펀치를 이루는 조쉬 로켓도 전날 LG에 6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로켓 또한 미란다처럼 150㎞를 상회하는 빼어난 공을 던지는데 체인지업이 실투성으로 높게 형성되며 패전투수가 됐다. 전통의 어린이날 잠실더비 2경기에서 원투펀치가 동반 부진하며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한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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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이 여기에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시즌 내내 문제가 반복되서는 페넌트레이스 전체가 어려워진다. KBO리그에서 각 팀의 운명은 외국인 원투펀치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투수 두 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들이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충분히 이닝을 소화해야 선발과 중간 관계없이 토종 투수들도 원활하게 시즌을 치른다.
두산이 꾸준히 최소 한 명은 KBO리그 경험자를 선발진 기둥으로 낙점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두산은 2011년부터 더스틴 니퍼트와 7년을 함께 했고 이후에도 조쉬 린드블럼, 라울 알칸타라 등 타팀에서 KBO리그를 경험한 투수를 영입해왔다. 국내 타자들의 성향과 KBO리그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등에 적응한 투수와 이를 처음 접하는 투수의 차이가 큰 것을 머릿속에 넣고 보장된 카드 하나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지난겨울 크리스 플렉센과 알칸타라가 모두 더 큰 무대에 도전하며 새 얼굴을 수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미란다와 로켓 모두 시즌 초반 어느정도 기간은 적응기로 봤는데 이제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해 SK가 그랬던 것처럼 외인 원투펀치가 버티지 못하면 답이 없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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