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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SBS 기자 출신인 김병윤 씨가 이번엔 군산의 속살을 파헤쳤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늬들이 서울을 알아?’의 후속작으로 ‘늬들이 군산을 알아?’를 펴냈다. ‘늬들이 서울을 알아?’는 조선시대 얘기가 많았지만 ‘늬들이 군산을 알아?’는 불과 100년 전 얘기가 많다. 일제강점기 시절 힘들었던 선조들의 얘기가 주를 이룬다. 행간마다 군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문장 속에 분노와 웃음이 혼재돼 있다. 좌절과 희망이 교차된다.
군산은 아픔의 도시다. 한국근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관문이었다. 호남평야의 질 좋은 쌀은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됐다. 비옥한 농지는 일본인에게 빼앗겼다. 소작농으로 전락해 힘겨운 삶을 이어갔던 군산의 선조들은 먹을 쌀이 없어 피죽으로 연명했다.
군산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일제강점기 아픔의 현장이 많이 남아있다. 군산에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가 있다. 일본식 가옥 170여 채도 잘 보존되고 있다. 히로쓰 가옥은 거의 원형상태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군산세관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서있다. 군산세관 본관 건물은 국내 3대 서양고전주의 건물로 인정받고 있다. 군산내항은 수탈당한 쌀들이 실려나간 고통의 현장이다. 빛바랜 임피역은 그 시절 아픔을 숨기며 낭만의 쉼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군산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도시다. 특히나 섬이 아름답다. 군산의 섬은 단순한 섬이 아니다. 왕들이 반한 섬이다. 신선의 섬이다. 군산의 섬을 걷다보면 삶의 의미를 알게 된다. 군산은 미각의 도시다. 군산 특유의 맛을 자랑한다. 서해의 싱싱한 해산물, 바닷바람을 견디며 피어난 신선한 채소. 음식 맛을 내는 재료가 풍부했다. 여기에 어머니들의 손맛이 더해졌다. 맛을 내는 삼위일체가 조화를 이뤘다. 군산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은 덤이다. 군산 사람들은 강하다. 자신의 아픔을 밖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과거의 아픔을 미래의 희망으로 탈바꿈시켰다. 진취적이다. 군산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군산은 문화예술관광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융합된 특색 있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양관광도시가 설립된다. 군산은 이방인의 도시다. 많은 예술인들이 정착하고 있다. 유명 아티스트들이 터를 잡아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군산의 매력에 빠져서다. 이들은 군산을 위해 작곡을 한다. 노래도 부른다. 군산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군산은 음악과 미술 공연이 조화를 이루는 낭만의 도시로 자리 잡았다.
군산은 건강의 도시다. 시내에 나지막한 산이 많다. 언제나 부담 없이 올라갈 수 있다. 자연과 역사가 숨 쉬는 트래킹 코스도 군산의 자랑이다. 11개 코스로 이뤄진 구불길은 전국에 알려진 트래킹 명소다. 백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체험하며 걸을 수 있다.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된다. 몽돌해변의 파도소리에 시름을 씻겨 보낼 수 있다.
저자는 군산 사람이 아니다. 1987년에 처음 군산을 찾았다. 그리고 30년이 훌쩍 지난 2019년 군산의 속살을 취재하려고 군산에 갔다. 취재하며 창피함을 느꼈다. 군산의 아픔을 모르고 살았던 자신이 미웠다. 선조들의 고통에 머리를 조아렸다. 곰곰이 생각했다. 속죄의 마음으로 글을 쓰기로 했다. 군산에 터를 잡고 군산사람들의 얘기를 빠짐없이 들었다. 과거를 끄집어내고 현재의 모습을 적었다. 미래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늬들이 군산을 알아?’는 그렇게 출간됐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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