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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택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무성한 풀밭, 아침 식사가 놓인 식탁, 불타는 신문….

동양화가 유근택 작가가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는 개인전 ‘시간의 피부, Layered Time’전을 연다.

사비나미술관에서 24일 개막해 오는 4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유근택은 개인적 경험, 사회적 현상 등이 켜켜이 쌓인 신작들을 56점을 전시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테이블이나 코로나 팬데믹 등 격동의 시간들이 작품 속에 버무려졌다.

사비나미술관에서 만난 유근택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우리가 감내하고 있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3년반만의 개인전인데 그 사이 남북 화해와 급격한 냉각, 팬데믹 등 유례없는 현상을 겪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에 대한 생각을 펼쳐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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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피부’전 전시 전경. 제공|사비나미술관

한지에 호분을 칠해 재료의 물성을 최대한 살리는 조형언어를 지속해온 유근택은 이번 전시에서도 6겹의 한지를 배접한 후 철수세미로 문질러 요철을 만든 다음 호분으로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그동안의 실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컬러가 더욱 묵직해졌고 메시지는 더욱 다채로와졌다.

유 작가는 “그 전에는 다루지 않았던 남북회담 탁자, 철책, 불타는 신문지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뤘다. 회화에서 다소 꺼리는 주제인데 그렇다고 무겁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조형적으로 표현해 해석의 폭을 넓히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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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택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이어 “근본적으로 일상과 정치는 구분할 수 없다. 기쁨과 슬픔, 좌와 우, 밝음과 어둠 등이 나뉘는 것은 아니다. 밝음 속에 어둠이 있을 수 있고, 기쁨 속에 슬픔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사물의 보편성과 해석의 문제다. 자기를 확장해 해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예술이 가진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팬데믹이 극성을 부리던 지난해 2~3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머물며 극심한 고립과 불안을 느꼈던 유근택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조치 기사를 다룬 르몽드 신문을 불태운 작업을 시작으로 ‘시간 The Time’ 시리즈를 7점 그렸다. 신문은 시대를 가장 첨예하게 다루는 매체라는 점에서 시간을 다루는 가장 적합한 소재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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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택, 생.장, 207X220㎝ ,Black Ink, White Powder and Tempera on Korean Paper, 2020 제공|사비나미술관

유근택 작가는 “신문이 불타면서 나오는 재를 그리면서 굉장히 흥미로왔다. 재의 형태가 뼈같기도 하고 기괴한 사물같기도 해 기묘했는데 팬데믹이라는 절대적인 불안을 접한 상황이어서 굉장히 몰입해서 그렸다”고 말했다.

‘생.장 Growth and Development’ 시리즈는 작가가 우연히 찾아간 인적 드문 해안가에서 보도블록 사이로 자란 잡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억압된 조건에서도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는 잡초를 보면서 인생과 삶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했다. 부모님과 함께 한 유년시절부터 청년모습, 50대인 현재까지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아주 오랜 기다림Ⅱ’은 철책을 통해 남북 분단상황을 암시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빨래가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빨래걸이 너머로 철책을 그려넣어 끊임없이 시간을 감당하고 있는 존재들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편 유근택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오감도, 한국미술의 다섯풍경’(아부다비, 아랍, 2020), ‘세렌디피티’(사비나미술관, 서울, 2020) 등 국내외에서 34회의 개인전을 펼쳤다. 2017년 광주화루 작가상, 2009년 하종현 미술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작업하고 있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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