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던 날_ 김혜수 배우 사진 (13) (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배우 김혜수에게 영화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은 운명이었다. 안타까운 가정사가 드러나 김혜수에게 큰 상처가 남았던 시기에 만난 작품이 바로 ‘내가 죽던 날’이었다.

12일 개봉한 ‘내가 죽던 날’은 죽기만큼 힘들지만 살고자 버텨내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서정적이고 밀도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극중 복직을 원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은 김혜수는 “제목을 보는 순간 운명 같았다. 이런 경험은 잘 없는데 나도 신기했다”며 “제목을 보면서 ‘아, 나 죽었었지’ 싶더라. 그만큼 힘든 시기에 찾아온 작품”이라고 밝혔다.

제목부터 강렬한 이끌림이었던 작품은 시나리오도 김혜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는 “나를 위해서 쓰여진 글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묵직하게 위로를 느꼈다”며 “글이 너무 좋아서 영상으로 이 이상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박지완 감독이 너무 잘썼다. 그런데 이번에 완성본을 보니 영화로도 잘 만들었더라”고 믿음을 밝혔다.

극중 현수처럼 김혜수에게도 크고 작은 고난들이 있었을 터,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삶이라는게 배우라서 특별한게 있겠나. 겉은 멀쩡해도 속은 문제들이 많다. 그런 위기나 상황이 됐을때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른다. 내성이 생기는건 아닌거 같다. 잔상을 남기고 살아가는거 같다”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죽던 날_ 김혜수 배우 사진 (10) (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때문에 김혜수는 후배들에게도 별다른 조언은 하지 않는다. 그는 “나를 롤모델로 꼽아주는 후배들이 더러 있는데 너무 고맙지만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으니 부끄럽기도 하다. 이번 작품만 해도 노정의 양처럼 어렸을때 난 철이 없었다. 그에 비해 요즘 친구들은 너무 잘하고 있지 않나”라며 “조언을 먼저 구하면 모르겠지만 나서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내가 죽던 날’로 연을 맺은 동갑내기 배우 이정은에 대해서도 “너무 좋아하는 배우고 직접 만나니 더 좋았다”는 말과 함께 “나보다 더 어른처럼 느껴진다. 연기를 잘해서인거 같다. 이미 촬영장에서도 순천댁 그 자체였다. 마지막 장면이 중요했는데 보자마자 눈물이 하염없이 나더라. 그만큼 좋았다”고 만족했다.

인터뷰 내내 자신보다 타인에 대한 칭찬에 더 많은 진심을 쏟은 김혜수. 본인에게 너무 엄격한게 아니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 영화 ‘도둑들’ 대사처럼 ‘자기와의 싸움 내가 왜 해’ 하는데 공감된다. 살다보면 싸울 일이 많은데 나한테 굳이 시비걸지 않는다. 다만 연기는 관용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니 엄격해지는 부분은 있는거 같다”고 말했다.

내가 죽던 날_ 김혜수 배우 사진 (02) (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김혜수의 답변을 듣고 있노라면,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랑 받아 온 이유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작 본인은 “물론 내가 선택한 일들에 대해 열심히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보다 실력 있는 배우들은 많다. 그에 비하면 나는 운이 좋다. 다만 치열하게 노력한다. 때문에 김혜수에게 다소 실망스러운 시간이 있더라도 대중 분들이 기다려주신게 아닐까 싶다. 정말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김혜수는 여전히 다양한 직업군과 서사를 지닌 인물로 분해 극의 중심을 이끈다. 그는 “꾸준하게 작품 할 수 있다는건 행운인거 같다. 물론 감정이 요동칠 때도 있지만 긴장상태를 유지하는게 동력인거 같다. 김혜수는 지치지 않는거 같지만 사실 늘 지쳐있다. 그런데 또 그 상태에서 두려움이나 설렘이나 그런 무언가의 작은 감정이 동력이 돼서 끊임없이 나아가는거 같다”며 “이 일을 하면서 매번 새롭고 신비한 체험을 한다. 여태껏 무슨 역할이 하고 싶다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만나고 살아가는거 같다. 다만 더 나은 다음을 향해 운동도 시작했고 재정비 중이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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