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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자본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는 제주도에서 일본어는 거의 사라진 대신 중국어가 거리를 점령했다. 바오젠 거리 등에선 아예 공용어가 중국어인 듯한 풍경이 연출된다.

제주도에 중국 자본의 ‘공습’이 거세다. 정부에선 외자 유치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제주도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주요 지역의 부동산 개발 산업에는 이미 중국 자본이 대세를 점하고 있다. ‘먹튀’ 등 투기성 자본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 6·30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처럼 물 밀듯 들어오는 투기성 중국 자본에 대해 기본적으로 ‘견제’의 입장을 세우고 있다.

이런 시점에 최근 정부는 제주도에 국내 최초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영리병원)에 대한 승인 허가를 심의 중이다. 이르면 다음달 중 중국계 자본의 외국영리병원이 설립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카지노 업장을 염두에 둔 복합 리조트 개발에도 중국계 자본이 밀고 들어왔다. 애초 정부 당국과 제주도는 투자유치에 대해 반색했지만, 일각에선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외자 투자유치 지역으로서 제주도를 시험대 삼아 투자유치에 적극적인 입장인 반면, 제주도는 무분별한 ‘묻지마 투자 유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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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와 제주도는 중국 자본에 대한 추진과 견제 속에서 다소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중국어 간판을 내건 제주도내 한 점포의 풍경.


◇혼저옵서예 대신 니하오

겉으로만 보면 이미 제주도는 중국의 한 지역처럼 보인다.

바오젠(寶健)거리.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있는 거리 명칭이 아니다. 제주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거리다. 바오젠 거리에 들어서면 이름처럼 중국 현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렇다고 인천 차이나타운이나 부산 초량차이나타운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화장품 가게와 식당들인데 간판은 죄다 중국어 일색이다.

당연히 인민폐를 직접 받는다. 어떤 간식 가게에는 가격이 20위안(元)이라고만 적혀있다. 만약 한국인이 사먹으려면, 해외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머릿속으로 환율을 계산해봐야 한다. 한국 땅에서 상품을 살 때 외환의 환율을 계산해야 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에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에는 대부분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 현재 제주에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외국계 기업 19개 중 15개 기업이 중국계 자본이다. 지난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이래 그야말로 물밀듯 들어왔다.

하지만 중국계 자본의 개발사업들 중 상당수가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시에 들어설 56층 짜리 초고층 쌍둥이 빌딩인 ‘드림타워’ 등은 현재 주민들의 반대로 착공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도민과 시민단체들은 환경훼손과 교통혼잡 등의 이유를 들어 드림타워 건설을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범 중국계(홍콩+싱가포르) 복합리조트 개발에 대한 지원 방침에는 원희룡 지사까지 나서 반발하고 있다. 2018년 제주 안덕면 서광리 제주신화역사공원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리조트월드제주는 부동산 개발회사인 란딩국제발전유한공사(홍콩)와 카지노 운영사 겐팅 싱가포르(싱가포르)가 2조5600억원을 들여 호텔·리조트를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카지노 역시 문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카지노 허가를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곳인 탓에 무분별한 카지노 건설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 복합리조트에 대한 허가를 얻어내고 카지노 운영권을 따낸 다음, 다른 기업에 팔아먹고 떠나는 이른바 ‘먹튀’ 투기성 자본에 대한 의심의 눈총을 보내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달 31일 취임 후 한 달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리조트월드제주와 드림타워, 카지노 등에 대해 다양한 부분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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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차는 제주시 바오젠거리. 안내 전광판도 중국어로 되어있다.


◇정부 ‘추진’, 제주도 ‘안돼’ 엇박자의 삼다도

현재 보건복지부가 승인을 유보하고 있는 중국계 자본의 영리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신청자는 중국 천진하업집단의 한국법인 CSC(China Stem Cell Health Group)의 싼얼병원이다. 정부는 중소형 피부·성형 병원인 싼얼병원이 제주도에 들어설 경우 505억원의 투자와 10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지 주민과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박근혜 정부가 논란 속에 추진 중인 투자개방형 병원의 첫 모델로 기록될 싼얼병원은 역시 제주지역민과 의료계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현지 시민단체에선 싼얼병원에 대해 ‘불법 줄기세포 시술’과 관련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금지된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한국으로 옮겨와 시행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싼얼병원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다.이는 병원에서 어떤 진료가 이뤄지는지 어떤 의약품들이 사용되는지 실제적으로 관리가 안 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영리병원 허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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