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영화 ‘반도’ 속 신선한 얼굴이 관객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바로 빌런 ‘서 대위’를 연기한 배우 구교환(38)이 그 관심의 주인공이다.

독립영화계에서 연출과 연기를 오가며 활약하던 구교환이 첫 상업영화 도전작인 ‘반도’(연상호 감독)에서 진정한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전작 ‘부산행’의 4년 후 이야기를 그린 ‘반도’에서 강동원, 이정현, 이레 일행과 631부대의 대립 속 구교환이 연기한 서 대위의 존재감은 유독 돋보인다.

뜨거운 관심에 구교환은 “‘반도’에 대한 관심도 감사하고, 서 대위에 대한 관심도 고맙다”고 운을 떼며 “서 대위에 대한 여러 감상이 있더라. 흥미로웠다. 저 역시도 서 대위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제가 궁금해했던 것만큼 관객들 역시 궁금해하셨던 거 같다”고 개봉 후 소감을 밝혔다.

구교환 역시 서 대위라는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반도’를 택했고, 시나리오의 느낌을 잘 전달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연상호 감독의 디렉션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워낙 서 대위에 대한 이미지를 강렬하게 가지고 계셨다. 감독님이 서대위를 만들었고 넘치면 넘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알맞게 디렉션을 주셨다”며 모든 공을 연 감독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직접 그리신 서 대위의 그림을 보여주셨다. 일반적인 청년의 모습이었는데 눈이 붕괴 돼 있는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이상해지더라”라고 서 대위를 처음 마주한 당시를 회상했다.

구교환

‘반도’ 속 인물들은 좀비 출몰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땅에서 저마다의 광기를 갖고 살아가고 있지만, 서 대위는 그중에서도 가장 복합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인물이다. 구교환 역시도 서 대위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내리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규정짓지 않고 연기하려 노력했다. 붕괴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며 “굉장히 변칙적인 인물이다.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다. 악인이지만 지능적인 악인으로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고 연기에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서 대위는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의 우두머리에 서 있으며 나약함과 잔인함을 오가는 인물이다. 마른 체구에 독특한 음성, 무언가 취한 것 같은 눈빛은 극악무도한 황중사(김민재 분)와 비교해 나약해 보이지만, 자신을 끝까지 믿고 따랐던 부하에게까지 주저 없이 총질을 하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구교환 역시 이 장면을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으며 “앞서 보여줬던 서 대위의 모습과는 낯선 모습이다. 되게 무서운 사람이구나, 저도 이 장면을 보며 생각이 들었다. 더한 모습도 있을 거 같았다. 나약해 보이지만 4년간 우두머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예측불가능하고 섬뜩한 모습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영화에서 서 대위의 서사에 대해 자세히 그려지진 않는다. 서사도 부족하고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을 표현하기 어렵진 않았을까. 이에 구교환은 서 대위가 직관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라 생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촬영 전까지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지만 막상 슛이 들어가면 굳이 계산하며 연기하려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감히 상상도 못하겠지만 반도 안에의 4년은 엄청 길었을 거다. 단 한순간이 서 대위를 미치게 만들진 않았을 거 같다. 또 미친 것 같지만 늘 과거를 그리워하고, 머리와 옷을 단정히 하는걸 보면 항상 누군가와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는 듯 보인다”고 나름의 추측들을 이야기했다.

구교환

구교환은 아직 대중에겐 낯선 얼굴이지만, 독립영화계에선 이미 일찌감치 스타 반열에 올랐다. 2008년 단편영화 ‘아이들’로 데뷔한 후 ‘꿈의 제인’에서 트랜스젠더 제인 역으로 여러 영화 시상식을 휩쓸었다. ‘거북이들’ 등의 작품을 직접 연출하면서 감독 겸 배우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를 넘어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나서기 시작한 구교환은 ‘반도’로 기분좋은 출발을 알렸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7개국 박스오피스 1위로 흥행질주 중인 ‘반도’. 영역 확장 후 첫 성과이기에 남다른 의미가 있을만도 하지만, 오히려 구교환은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를 구분하고 규정하는 배우는 없을 거다. 배우로서 좋은 태도 아니라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를 찾아다니고 제가 선택받길 기다리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겸손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구교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오죽하면 강동원을 보러 갔다 구교환에 반해 나왔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그의 연애사까지도 화제다. ‘반도’ 개봉 첫날 구교환이 이옥섭 영화감독과 2013년부터 교제해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보도된 열애설부터 영화 관람 후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는 그는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아직도 신기하다”며 이옥섭 감독과 잘 만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또 ‘섹시한 빌런’ ‘퇴폐미’와 같은 ‘반도’를 본 관객들의 구교환를 향한 수식어를 언급하자 “그럴 리가 없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구교환은 차기작으로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 촬영을 끝낸 상태이며, 현재 넷플릭스 ‘D.P 개의 날’ 출연을 검토 중이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구교환은 “거창한 꿈을 꾸고 있진 않다”며 “좋은 사람이 돼서 좋은 연기 하고 싶고, 촬영 후 돌아와서 편하게 맥주 한 잔 먹고 잘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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