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골키퍼
코스타리카 승부차기 키커 2명의 슛을 선방한 네덜란드 수문장 팀 크륄. 캡처 |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신의 한 수란 말이 따로 없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6일(한국시간) 사우바도르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8강 코스타리카와 경기에서 전후반, 연장까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교체로 들어온 수문장 팀 크륄의 선방에 힘입어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뽑은 최우수선수엔 코스타리카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가 선정됐다. 그만큼 양 팀 골키퍼의 신들린 방어력이 압권이었다. 골키퍼 교체의 ‘신의 한 수’가 ‘신의 골키퍼’를 누른 셈이다.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까지 120분은 코스타리카의 의도대로 흘렀다. 조별리그와 16강에서 12골을 터뜨린 막강 화력의 네덜란드를 맞아 코스타리카는 조직적인 수비에 역점을 뒀다. 이번 대회 최대 다크호스로 떠오른 코스타리카는 그동안 효과적인 선수비~후역습으로 빛날 뿐 아니라 나바스의 선방을 앞세워 4경기 2실점이라는 철벽 방패를 자랑했다. 이날 역시 로빈 판 페르시와 아르연 로번 등 최고의 공격조합이 버틴 네덜란드가 코스타리카 수비를 초반부터 몰아붙였지만 나바스의 동물적인 선방이 이어졌다. 나바스는 네덜란드가 때린 15개의 유효 슛 중 7개를 세이브했다. 상대 선발 수문장인 야스퍼르 실레선이 3개의 유효 슛을 상대한 것을 고려하면 그의 활약이 얼마나 빛났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네덜란드에 운도 따르지 않았다. 연장 후반 종료 2분 전 베슬레이 스네이더르의 오른발 슛이 골포스트 상단을 강타하는 등 이날 3번이나 골대 저주에 울었다. 승부차기로 이어지며 코스타리카에 승리의 바람이 부는듯했다.

크륄

나바스


하지만 루이스 판 할 네덜란드 감독의 지략이 발휘된 건 이때부터였다. 연장 종료 호루라기가 나오기 전 준비된 시나리오에 맞춰 실레선 대신 크륄을 투입했다. 키 194㎝의 장신인 크륄은 A매치 5경기 출전에 불과한 초보지만, ‘홍명보호’의 이범영과 마찬가지로 페널티킥 방어에 특화된 골키퍼였다. 큰 키에도 반사신경이 뛰어나 상대 키커들에게 위압감을 준다. 어느 때보다 커다란 부담을 느낄 법했지만,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골문 앞에 서면서 코스타리카 키커가 등장할 때마다 말을 걸고 골문 앞에서 몸을 크게 움직이는 등 교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결국 코스타리카 두 번째와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브라이언 루이스, 마이클 우마냐의 슛을 쳐냈다. 무엇보다 나머지 세 명의 키커의 슛이 워낙 정확했기에 망정이지 크롤은 모두 방향을 읽고 움직였다. 그리스와 16강에서 승부차기에 나선 코스타리카에 대한 분석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알게 했다. 반면 그리스전에서 네 번째 키커 테오파니스 게카스의 슛을 잡아낸 나바스를 상대로 네덜란드 키커들은 모두 성공했다.

크륄은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월드컵에서 승리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동료와 얼싸안고 포효했다. 코스타리카 8강행의 일등공신이었던 나바스는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다. 판할의 신의 한 수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순간 흐름을 뒤집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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