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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수구대표팀이 23일 광주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남자부 15~16위 결정전에서 뉴질랜드를 승부던지기 끝에 누른 뒤 환호하고 있다. 제공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광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언제 이런 팀들과 해보겠습니까.”

“1승은 따고 돌아가겠다”는 남자수구대표팀의 각오가 현실로 이뤄졌다. 한국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남자부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뒀다. 이인창, 이승재 등 두 명의 코치들이 이끄는 남자수구대표팀은 23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남자부 15~16위 결정전에서 승부던지기 끝에 뉴질랜드를 17-16(3-3 2-2 4-5 3-2 <5-4>)으로 꺾었다. 전·후반을 12-12 동점으로 마친 한국은 승부던지기에서 5-4로 이겨 마침내 축배를 들었다. 모두가 최하위를 예상했던 한국이 일궈낸 투혼의 승리였다.

승리는 달콤하지만 이제 미래를 내다볼 때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면서 지금까지 만날 수 없는 팀들과 겨뤄봤다. 축구로 따지면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정도로 볼 수 있는 유럽의 그리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조별리그에서 만나 모두 대패했다. 카자흐스탄과 순위 결정전에서도 4-17로 졌다. 뉴질랜드전 승리는 의미가 있지만 상대가 이번 대회를 포함해 6차례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최하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승리에만 취할 수도 없다.

남자수구대표팀은 가깝게는 내년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 멀리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을 노린다. 한국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카자흐스탄, 일본은 물론 이란과 중국에도 밀려 5위에 그쳤다. 아시아에서도 중위권인 셈이다. 이승재 코치는 “내년 카자흐스탄에서 도쿄 올림픽 아시아 대표를 뽑는 예선이 펼쳐진다. 일본이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하는 만큼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생각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경쟁력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현실로 눈을 돌리면 갈 길이 멀다. 성인팀이 한국체대와 경기도청, 강원수영연맹 등 3팀에 불과한데다 해외 전지훈련을 통한 경험 쌓기도 예산 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 이승재 코치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는 유럽 전지훈련을 왔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브라질과 카자흐스탄, 뉴질랜드, 남아공 등 순위 결정전에서 붙을 팀들에 초점을 두고 준비했다. 다음엔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유소년 저변 확대도 장기적인 과제다. 한국은 경영 선수들이 고등학교 때 수구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물 속에서 공을 갖고 연습하는 동유럽 수구 강국들과는 기본기부터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야구, 축구 등 다른 스포츠가 유소년 교육을 강조하는 것처럼 수구도 클럽 시스템 등을 통해 어린 나이에 전문 선수로 커나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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