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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빙속 여제’ 이상화(30)가 스케이트를 벗는다. 14년간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빙속 역사의 한 페이지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상화는 오는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공식 은퇴식을 열고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공식 대회에 나서지 않았던 이상화는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사실상 선수 활동을 중단하며 은퇴 수순을 밟는 모양새였다. 최근까지 무릎 재활 훈련을 해왔지만 빙판에 설 수준으로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자 결심을 굳혔다.
최근 이상화는 그간 몸담았던 스포츠 전문 매니지먼트사와 결별하고 연예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가희, 황광희 등 전문 방송인을 비롯해 추성훈, 김동현 등 연예계 활동을 병행하는 스포츠 스타들과 한솥밥을 먹는다. 빙상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상화는 향후 스포츠인 출신 엔터테이너로서의 출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가수 겸 방송인 강남과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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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천재 스케이터’, 한국 女 빙속 최고가 되다이상화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다. 은석초등학교 시절 친오빠를 따라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고 휘경여중에서는 ‘천재 스케이터’로 불리며 200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05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면서부터였다. 500m를 주 종목으로 2005년 이후 세운 모든 한국 기록은 그의 몫이었다. 올림픽 첫 출전이던 2006 토리노 대회에는 5위로 마무리하며 한국 여자 빙속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10 밴쿠버올림픽은 세계 무대로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예니 볼프(독일)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빙상계에서 이상화의 선전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1년 앞서 열렸던 2009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데다가 세계기록을 보유했던 종목 최강자인 볼프의 기량이 만개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상화는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역대 올림픽 포디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선 최초의 아시아 여자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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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낳은 ‘올림픽 영웅’, 아시아 넘어 세계 최강으로
전성기는 그때부터였다.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 출전한 대회에서 4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2013년 11월 월드컵 1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 36초74로 처음 세계기록을 썼다. 기존 기록은 2001년 르 메이돈이 보유했던 37.22였다. 1주일 뒤 열린 2차 대회에서는 1차 레이스 36초57, 2차 레이스 36초36으로 세계기록을 더 단축했다. 약 5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세계기록으로 남았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또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동계스포츠를 대표하는 올림픽 영웅이 됐다. 아시아 선수로서는 ‘올림픽 빙속 종목 2연패’라는 1호 기록을 추가했다.
사실 이 시점에서 이상화는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올림픽 금메달 2개로 기존 목표를 이룬 상황에서 왼 무릎과 오른 종아리 부상이 고질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동계 올림픽을 외면할 수 없었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 역대 2번째 올림픽 빙속 종목 3연패를 목표로 다시 스케이트화 끈을 동여맸다. 허벅지 근육을 강화해 무릎 통증을 완화했고 종아리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평창올림픽 최대 경쟁자는 고다이라 나오(일본)였다. 뒤늦게 기량이 꽃핀 신흥 강자가 기존 챔피언의 아성에 도전하는 대결 구도가 부각됐다. 한일 관계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졌다. 결국 금메달은 올림픽 신기록(36초94)을 세운 고다이라에게 돌아갔다. 이상화는 37초33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레이스를 마친 뒤 세리머니를 하며 눈물을 쏟은 이상화의 곁에는 고다이라가 있었다. 둘의 포옹 장면은 메달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며 ‘올림픽 정신’의 정수로 남았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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