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돈이 몰리는 복승식 배당판 상황은 여전히 당일 현장 흐름의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그러나 요즘엔 배당의 흐름을 읽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느낌이다. 우선 배당판에 부는 바람의 진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 무조건 바람이 분다고 해서 강력한 승부의지가 동반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때 그 진위를 가릴 수 있는 테크닉 하나. 예컨대 능력은 별로지만 입상 횟수가 많은 말과 반대로 능력마임에도 불구하고 입상과는 인연이 없는 말을 나눠서 그 승부 타이밍을 배당 상황과 연관 짓는 방법이다. 전자는 기본 인기마로 배당 성향이 확연히 드러나지만 후자는 소리소문없이 배당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시쳇말로 ‘마권발매가 끝나고 보니 배당이 엄청 떨어져 있더라’는 식이다. 실전에서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우선 바람을 몰고 오는 말의 과거 능력을 진단하는 것이 맨처음 할일이다. 이때 두세달 동안의 성적보다는 훨씬 이전의 기록을 능력의 척도로 삼는 것이 좋다. 과거 능력마가 승군이나 늘어난 거리로 인해 적응에 실패한뒤 전력을 재정비해 다시 도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는 바람을 인정하고 공격적인 베팅 전략을 수립할 찬스다. 반대로 부진마나 기복마 레이스에서 이미 한계가 다 드러난 경주마에게 강한 바람이 불어올 때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능력이 안되면 제아무리 배당판이 요동을 친들 공염불에 끝날 공산이 큰 까닭이다.
<스포츠서울 경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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